길고 길던 무덤덤한 직선 위에서
삶은 늘 예측 가능한 반복이었지
시간은 평평하고 날은 고요했으며
눈앞에 펼쳐진 미래는 흐릿했어
그러다 어느 날 갑작스레 마주친
돌이킬 수 없는 휘어진 지점 하나
내 몸과 마음이 꺾이며 알게 되었지
삶은 이미 더 이상 같지 않으리라는 걸
그 점을 넘어서자 시간은 빨라지고
몸은 낯선 중력에 휘청거렸어
모든 익숙한 관성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길 위에 홀로 서 있었네
되돌릴 수 없는 단 하나의 순간
누군가는 병이라 하고
누군가는 위기라 했지만
나는 특이점이라 이름 붙였지
이제 남은 삶은 달라진 궤도 위
낯선 속도로 흘러갈 테지만
다시 볼 수 없을 풍경을 향해
걸음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겠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오히려 더 선명해질
이 삶의 새로운 곡선을
나는 지금 받아들인다
특이점,
되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중년의
구부러진 운명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