푀엔현상

by KOSAKA

산맥을 넘는다

구름은 가벼워지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낸다


비로, 안개로,

때로는 눈발로 흩날리며

자신을 비워낸다


나도 그런 길을 걸었다

중년이라는 고도를 넘으며

내 안의 슬픔과 열망,

욕망과 후회를

하나씩, 조금씩,

흘려보냈다


그리고 이제

건조한 공기처럼

살아가라 한다

가벼워졌으니

담백해지라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비워낸다는 건

텅 빈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무게를 나누었을 뿐

내 안의 바람은 아직도

따뜻하다


나는 다시 수분을 머금을 것이다

그늘진 나뭇잎 위에

이슬처럼 내려앉고

누군가의 등 뒤에서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이 될 것이다


푀엔현상은

하나의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니다


산을 넘었다고

건조하게 살지 않겠다

나는 여전히

젖은 마음으로

누군가의 오후를 적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