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98.1%의 이면, 문화와 구조의 차이가 만든 결과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은 98.1%(2024년 기준)에 달한다. 팬데믹, 경기 침체, 고령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었지만 지난 10년 이상 이 수치는 꾸준히 90% 이상을 유지해왔다. 한국은 같은 시기 69.6%(2022년 기준)로, 이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일본은 취업이 잘 되는 나라처럼 보이고, 한국은 청년 실업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차이를 단순히 누가 더 좋은 고용 시장을 가졌는가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각국의 취업 환경은 각기 다른 인구 구조, 고용 문화,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장단점이 공존한다.
일본의 높은 대졸자 취업률은 한편으로는 극심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신입사원 채용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일정 수준 이상의 졸업자라면 비교적 쉽게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신졸 일괄 채용 제도는 졸업 예정자 전원을 대상으로 매년 동시에 채용을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구직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반면 한국은 기업마다 채용 시기와 방식이 달라 경쟁의 양상이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는 구직자에게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벌이나 졸업 시점에 따른 일괄적 기회 배분보다는 개인의 능력이나 개별 기업과의 적합성을 강조하는 유연한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은 곧 선택지도 다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용 이후의 문화에서도 두 나라는 다르다. 일본은 비교적 낮은 초봉과 느린 승진 구조를 유지하지만, 장기 고용과 조직 내 안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만큼 이직률이 낮고, 첫 직장에 오래 머무는 문화가 강하다. 직장은 가족 같은 공동체라는 인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조직에 잘 적응하면 예측 가능한 커리어 경로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반대로 한국은 조직 내 이동이 더 잦고, 연차보다는 성과 중심의 인사 평가가 강하다. 승진과 보상이 상대적으로 빠르며, 직장을 옮겨 커리어를 확장하려는 인식도 보편화되어 있다. 덕분에 역동적인 경력 설계가 가능하고, 개인의 성장 속도에 맞춘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장기 고용의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정과 유연성, 예측 가능성과 속도라는 두 가치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사회 전체로 보면 일본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가 비교적 작아 신입사원들이 진입하는 기업의 종류에 따라 격차가 심하지 않다. 그 덕분에 어디든 취업해서 삶을 시작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보상, 복지, 인식 면에서의 격차가 더 크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고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명확하게 존재한다는 뜻도 된다.
출산율, 결혼율 등 사회 지표를 봐도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도전을 겪고 있다. 다만 일본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률을 통해 청년층의 사회 진입을 원활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 역시 청년들이 초기 진입에서 겪는 불안 요소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만하다.
다만 일본식 시스템이 가진 문화적 특성과 장기적 폐쇄성은 외부인이나 외국인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고용 안정이 조직 내부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보상 구조가 완만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한국식 경쟁 중심 시스템은 진입 문턱이 높아 상대적으로 긴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하며, 탈락과 반복되는 실패 경험이 개인에게 심리적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일본과 한국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일본은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고용의 안정성을 택했고, 한국은 빠른 성장과 효율성을 추구하며 역동성을 키워왔다. 두 나라 모두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으며, 현재의 수치는 그 문화와 구조의 반영일 뿐이다. 취업률 98.1%와 69.6%라는 숫자는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각국 사회가 일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사람을 조직에 초대하는가에 대한 철학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숫자는 결과지만, 그 이면에는 선택과 가치가 있다. 일본과 한국의 고용 풍경은, 사회가 청년들에게 어떤 출발선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다른 답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