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 공즉시색
누구도 내 마음을
정확히 관측한 적 없고
나조차 내가 어디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측정되기 전의 파동 같은 존재
그저 가능성으로만 살아왔다
어느 날, 너를 만났다
내 시선이 닿은 순간
나는 한 자리에 고정되었고
너는 내 우주를 휘게 했다
네가 웃으면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네가 멀어지면 나는 가속했다
관계란 그런 것—
서로의 중력에 끌리는 일
텅 빈 마음이라 믿었는데
그 안엔 수많은 요동이 있었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자꾸만 튀어나오고
지워진 줄 알았던 사람도
얽힘처럼 남아 있었다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다
말하지 않아도, 닿지 않아도
형상은 곧 비어 있음
비어 있음은 곧 형상
사람도, 사랑도 그렇다
너라는 색이 나에게 머물다
어느 날 공처럼 사라져도
그 자리에
나는 여전히 남는다
살아간다는 건
고정된 실체가 되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측정해가는 일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관측자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은
정확히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
그때, 비로소 나는
나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