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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에서 시민기자로, 글쓰기의 또다른 시작

by KOSAKA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결국 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클릭 한 번에 큰 변화가 있을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두 시간 남짓 지나자 ‘승인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너무나 간단한 절차였지만, 마음은 무거워졌습니다. 이제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글을 써왔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200편이 넘는 글을 발행했고, 여러 권의 브런치북도 묶어냈습니다. 때로는 잡지에 투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기자’라는 이름은 조금 다른 무게를 지닌 듯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감상을 기록하는 것과, 사회적 공간에서 발언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제 제 글은 누군가의 눈앞에서 사회적 발언으로 읽힐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는 이번 시민기자 신청 과정에서, 그간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써왔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독자와 교감하며, 때로는 브런치북으로 묶어내며 다져온 글쓰기의 내공이 없었다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브런치에서 쌓아온 글쓰기 경험이 시민기자로서의 활동에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기자’라는 호칭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는 2000년대 초반, 언론의 패러다임을 바꾼 매체였습니다. 기자 자격증이나 언론사 채용 절차와 상관없이, 누구나 시민이라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 실험은 당시 ‘참여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제서야 그 정신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환경은 달라졌습니다. 포털 뉴스의 구독 방식, 유튜브와 SNS의 범람, 누구나 기자이자 평론가로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글을 ‘기사’로 다듬고 ‘사실 확인’을 전제로 쓰는 자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감정의 분출과 공적인 글쓰기를 구분하는 최소한의 장치, 그것이 시민기자 제도의 의미일 것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거창한 탐사보도를 하겠다는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제 일상에서 출발하고자 합니다. 일본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며 체험하는 차이들, 거리와 서점, 사람들의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맥락. 작은 관찰을 기록하고 그것을 시대적 배경 속에 배치하는 글쓰기가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의 저널리즘이라 생각합니다.


시민기자가 된다는 것은 결국 ‘말할 권리’를 얻는 동시에 ‘말의 무게’를 떠안는 일입니다. 글은 혼자 즐기는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과 마주할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독자께서 제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실 수도, 전혀 다른 의견을 던지실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대화의 장에 제가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 될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제가 본 세계를 제 언어로 풀어내고, 그것을 사회적 기록의 일부로 남기겠다는 다짐입니다. 오마이뉴스의 구호처럼, 이제는 정말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에 저의 이름을 얹게 되었습니다.


작은 시작이지만, 오늘의 선언은 저에게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었습니다. 이 단순한 말이 앞으로 제 글쓰기를 어디까지 이끌어 갈지, 이제 차근차근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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