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작가님께 드리는 시집

by KOSAKA

이 시집을 덮으며, 저는 다시 첫 문장 앞에 서 있습니다. 수없이 지워지고 다시 쓰인 말들, 숨죽여 깜박이던 커서, 끝내 도착하지 못한 문장들. 그 흔들림 위에 저의 시간이 쌓여왔습니다.


글을 쓴다는 일은 결국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여정에서 배웠습니다. 아무도 확신해주지 않는 길 위에서, 단 한 줄의 문장을 믿고 걸어야 했습니다. 그 길은 고요했고, 고독했으며,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쓰지 못한 하루도 포기한 문장도 모두 쓰기 위한 준비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집을 마무리하며 또다시 두려움이 찾아오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두려움이야말로 다음 문장으로 건너가기 위한 가장 자연스러운 떨림이라는 것을요.


아직 쓰이지 않은 당신의 이야기도 언젠가 이 떨림을 지나 조용히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망설이더라도 멈추지 마세요. 당신의 한 줄은 누군가의 마음을 밝힐 수 있으니까요.


당신은,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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