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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을 사람답게 대한다는 것에 대하여

by KOSAKA

이 글은 브런치 작가 이일일님의 브런치북 <"사람"이 "사람"에게>에 대한 저의 짧은 서평입니다.


이 브런치북 〈"사람"이 "사람"에게〉는 오랜 시간 조직을 이끌며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힌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의 본질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짚어 나가는 책입니다.


작가는 일관되게 말합니다. 사람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으며,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진짜 협업이 시작된다고요. 이 단순한 전제를 껴안기까지 작가가 겪은 시행착오와 고뇌가 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연재 전반을 관통하는 태도는 감정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딛는 이성입니다. 작가는 ‘우리는 한마음이어야 한다’는 구호 아래 억지로 동질감을 강요하기보다, 각자의 차이를 전제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팀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구성원들에게 ‘이해’와 ‘희생’을 요구하는 대신,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선에서 협력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것은 냉정해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사람을 오래 지켜보기 위한 전략이자 배려에 가깝습니다.


작가의 글은 차분하지만 단호합니다. 이상적인 리더의 이미지를 좇기보다, 현실적인 리더의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그는 팀원 간의 감정적 유대에만 기대지 않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중심을 지키는 습관을 강조합니다.


한 사람의 감정에 매몰되면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고, 그 무너짐은 결국 무책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구성원을 더 오래 지켜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미를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오래 존중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책 곳곳에는 작가가 직접 겪은 구체적인 사례들이 담겨 있습니다.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성향이 다른 팀원들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감정적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수습했는지 등 실제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들이 글의 설득력을 높입니다. 이 경험담들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같은 자리에 선 이들에게 건네는 실질적인 조언처럼 느껴집니다. 이상보다 구체, 감정보다 구조를 중시하는 그의 태도가 잘 드러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좋은 리더’가 되기보다 ‘지속 가능한 리더’가 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팀의 열정을 쥐어짜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긴 호흡으로 신뢰를 쌓는 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리더 자신도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리더 역시 흔들릴 수 있고, 실패할 수 있으며, 그럼에도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솔직한 고백은 글에 진정성을 더해줍니다.


〈"사람"이 "사람"에게〉는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대한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하는 책입니다. 그것은 감정을 숨기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순간에도 휩쓸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중심을 지키는 일입니다.


구성원을 동일한 존재로 통제하려는 대신,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감싸 안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사람 경영’은 기술이나 전략이 아니라, 관계를 지속시키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존중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리더십은 누군가를 이끌어 앞서 가는 일이 아니라, 옆에 서서 함께 걸음을 맞추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걸음이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르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이 책은, 조직을 이끄는 이들뿐 아니라 누군가와 오래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문장은 따뜻하지 않지만 다정하고, 부드럽지 않지만 흔들림이 없습니다. 바로 그 단단함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려는 마음의 근육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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