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공동체의 의미
이 글은 브런치 작가 천년하루님의 브런치북 <동네경찰>에 대한 저의 짧은 서평입니다.
브런치북 《동네 경찰》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낯선 존재, 바로 경찰관의 삶을 담아낸 기록입니다. 흔히 경찰을 떠올리면 뉴스 속의 대형 사건, 영화와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화려한 수사 장면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작은 시골 마을에서 경찰관들이 매일 부딪히는 소소한 사건과 갈등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화려함 대신 일상성, 극적인 범죄 대신 생활 가까운 문제들을 다루는 이 책은, 우리가 경찰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떤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책은 연재 형식으로 쓰인 다수의 글들을 모아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편은 특정 사건이나 일상적 상황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교통 단속에서 시작해 주민 간의 다툼, 농촌 공동체에서 자주 발생하는 재산·경계 문제, 혹은 음주로 빚어진 불상사까지 폭넓은 사례들을 보여줍니다.
그 모든 사건은 대도시의 범죄 드라마에 비하면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공동체의 안전과 신뢰를 좌우하는 중요한 순간들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는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경찰이라는 존재는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법 집행자이면서도, 동시에 주민과 끊임없이 마주하는 이웃이라는 사실입니다.
작가의 서술은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고 차분하며 사실적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드러나는 고민과 갈등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주민의 기대와 제도의 규정 사이에서, 정의감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경찰관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러한 선택의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오히려 담백한 문체 속에서 독자는 경찰이라는 직업의 무게를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맥락과 인간적인 고민이 중심에 놓이기에,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성찰로 다가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글이 보여주는 반복성입니다. 연속된 이야기 속에서 사건이나 고민의 패턴이 비슷하게 흘러가기도 하고, 갈등의 양상이 다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중복이 아니라, 시골 마을 경찰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작은 공동체 안에서 경찰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름과 얼굴만 조금 달라진 채 끊임없이 되풀이됩니다. 이 반복은 곧 일상의 본질이며, 경찰의 업무가 지닌 숙명적 성격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공동체의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극적인 사건 해결이 아니라, 끊임없는 일상적 대응의 누적”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이는 ‘평범함’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법률과 제도적 맥락을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경찰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에, 이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구조적 배경을 단순히 규정이나 조항의 나열로 제시하지 않고, 구체적 사례와 경험담을 엮어내며 최대한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주민 간의 경계 분쟁을 다루며 행정 절차의 복잡함을 보여줄 때, 그것이 추상적인 제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를 직접 느끼게 합니다.
덕분에 독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이해하는 동시에, 그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글의 신뢰성을 높일 뿐 아니라, ‘제도와 현실의 간극’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독자 앞에 펼쳐놓습니다.
《동네 경찰》은 사건의 해결보다는 그 과정을 둘러싼 맥락과 의미를 비중 있게 다룹니다. 따라서 독자는 경찰의 일상을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곱씹게 됩니다.
주민과의 관계, 제도의 작동, 경찰관 개인의 신념과 심리적 부담, 이 모든 요소가 얽혀 하나의 작은 사회를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경찰을 단순한 직업인으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 공동체의 필수적인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경찰은 법 집행자이자 이웃이며, 분쟁의 중재자이고, 삶의 곁을 지키는 보호자입니다.
작가는 이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의 묘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덕분에 독자는 책을 읽으며 경찰의 존재가 거창한 영웅담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꾸준히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동네 경찰》은 작은 이야기들의 모음이면서도 큰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경찰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시민은 어떤 의무와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직업 윤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성숙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제도의 맥락을 담아낸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공동체 속에서 자기 자신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경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셈입니다.
이 브런치북은 화려하지 않고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한 기록입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사건 속에서 의미를 찾고, 법과 제도의 언어를 일상의 언어로 바꿔내며, 공동체와 개인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 책은 경찰의 이야기를 넘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읽히며,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소중한 텍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