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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미친 PD의 ‘미친이야기’》

스포츠와 삶이 교차하는 이야기의 힘

by KOSAKA

이 글은 브런치 작가 미친PD님의 브런치북 <미친PD의 '미친 이야기'>에 대한 저의 짧은 서평입니다.


《미친 PD의 ‘미친이야기’》는 단순히 스포츠를 다룬 글 모음집이 아닙니다. 이 책은 스포츠를 매개로 한 인생 이야기이자, 한 방송인이자 창작자가 걸어온 길 위에 놓여 있는 사람과 기억, 그리고 열정의 기록입니다.


작가는 방송국 PD로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을 누벼온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포착한 장면들을 따뜻하면서도 깊은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덕분에 독자는 경기 결과를 넘어선 스포츠의 서사적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의 글들은 한 편 한 편이 짧은 칼럼이나 수필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를 관통하는 기조는 분명합니다. 바로 ‘스포츠는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입니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 승패의 희비, 관중들의 환호와 눈물, 그 모든 장면은 곧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희로애락의 압축판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꾸준히 강조합니다.


작가의 글에는 유난히 기억이 자주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 앞에서 두근거리며 경기를 지켜보던 경험, 현장에서 직접 중계를 연출하며 온몸으로 느꼈던 긴장감,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며 떠오르는 감정들. 이러한 기억의 서술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스포츠가 사람에게 남기는 흔적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줍니다.


독자는 작가의 경험을 따라가며 자신의 기억을 꺼내게 되고, ‘나 역시 그 순간에 이런 감정을 느꼈다’는 공명을 자연스레 얻게 됩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전문성과 인간미의 절묘한 조화입니다. 작가는 PD로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이 어떻게 준비되고 어떤 뒷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를 흥미롭게 들려줍니다.


중계석에서의 긴장, 화면을 구성하는 세밀한 연출, 선수나 관계자와의 짧은 대화 등은 보통 독자가 알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현학적으로 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건져냅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방송국 내부를 산책하는 듯한 즐거움과 함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고민을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경기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단순한 경기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책의 여러 글은 스포츠를 넘어 삶의 비유로 확장됩니다.


어떤 글에서는 패배의 쓸쓸함을 인생의 좌절과 겹쳐 생각하고, 또 다른 글에서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의 투혼을 삶을 살아가는 태도로 끌어옵니다.


덕분에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어떤 순간에 포기하지 않았던가’, ‘나는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던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연재를 마무리하는 글에서 자신의 변화를 솔직히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매주 글을 쓰며 습관이 생겼고, 시간 관리와 사고의 구조화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단순히 스포츠 이야기를 나눈 것에 그치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작가 자신이 성장해왔음을 보여줍니다.


독자에게도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바꾸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작가의 경험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러나 쉽지 않은 깨달음을 전해줍니다.


또한 작가는 연재 과정에서 독자들과의 교감을 중시합니다. 댓글과 반응을 통해 어떤 주제가 더 마음을 울렸는지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글의 방향을 조율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글쓰기가 일방향적 전달이 아니라 쌍방향적 소통임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스포츠가 선수와 관중의 호흡으로 완성되듯, 글도 작가와 독자의 교류 속에서 살아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연재의 끝맺음입니다. 마지막 글에서 작가는 이 연재가 하나의 완결된 여정이었음을 강조합니다.


단순한 글 모음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큰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작가는 출판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계획을 밝힙니다.


이는 단순히 한 연재의 종결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창작의 출발점으로 읽힙니다. 독자에게도 새로운 기대를 안겨주는 지점입니다.


《미친 PD의 ‘미친이야기’》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히 큰 울림을 주지만,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결국 사람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땀 흘리는 선수, 중계를 준비하는 방송인, 응원하는 관중,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배우는 우리 모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작가는 스포츠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단순히 몇 편의 글을 읽은 것이 아니라, 스포츠와 함께 걸어온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동행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시간, 자신이 느낀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스포츠와 삶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작가의 생각은, 책을 다 읽고 난 후 오랫동안 마음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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