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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우리는 다시 첫사랑을 만났다》

by KOSAKA

이 글은 브런치 작가 아타마리에님의 브런치북 <우리는 다시 첫사랑을 만났다>에 대한 짧은 서평입니다.


이 브런치북은 첫사랑을 다시 만난 두 사람이 과거의 감정을 오늘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다루는지를 차분하게 보여 줍니다. 핵심 장면이 앞에 배치되어 읽기 흐름이 분명하며,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연락 빈도·만남 간격·대화 범위 같은 구체적 선택으로 변화를 드러내는 점이 설득력 있습니다.


문·눈·책방 같은 반복 이미지는 회차를 자연스럽게 묶어 전체 톤을 안정시킵니다. 전반적인 인상은 로맨스를 미화하기보다 현실에서 관계를 관리하는 방식을 기록해 나가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이야기는 오래 끊겼던 두 사람이 책방에서 다시 마주하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결론을 서두르지 않고 각자의 생활 리듬을 유지한 채 메시지와 약속, 짧은 대화를 통해 지금 가능한 속도를 정합니다. 과거의 오해는 한꺼번에 털지 않고 순서를 정해 나눠 다루며, 말하기 직전 멈칫하는 순간들이 집의 현관이나 책방 출입문 같은 경계에서 반복됩니다.


결말은 극적인 합일이나 단절로 단정하지 않고, 현재의 조건 안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을 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기준과 절차를 어떻게 세웠는가입니다.


형식은 수영과 재일의 교차 1인칭으로 진행됩니다. 회차 시작부의 날짜·화자 표기가 분명해 방향 감각을 잃지 않고, 두 사람의 문장 성향도 분리되어 같은 사건을 다른 근거로 바라보게 합니다. 수영 파트는 몸의 느낌과 주변 환경 같은 단서를 먼저 제시하는 편이고, 재일 파트는 관찰→판단→정리의 흐름이 뚜렷합니다.


덕분에 한쪽이 빠뜨린 맥락을 다른 쪽이 자연스럽게 보완하고, 독자는 두 관점을 나란히 놓고 사건의 윤곽을 선명히 잡을 수 있습니다. 장면 설계는 장식보다 친절한 안내에 가깝습니다. 책장·소파·카운터·현관문 등 오브젝트가 동선과 함께 배치되어 파악이 쉽고, 대사는 필요한 지점에서만 짧게 들어옵니다. 회상은 현재 판단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끼워 넣어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교차 시점 로맨스의 대표작인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여행자의 아내』와 비교하면 방향성이 선명해집니다. 두 작품 모두 남녀 주인공의 시점을 번갈아 제시해 같은 사건을 다른 호흡으로 비추고, 관계를 서둘러 규정하기보다 약속·기다림·조정 같은 현실적 절차로 변화를 쌓아 갑니다.


다만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시간여행이라는 장치로 큰 시간 점프와 굵은 사건을 배치해 감정의 진폭을 키운다면, 이 브런치북은 연속된 시간대의 생활 단위를 세밀하게 따라가며 지속 가능한 규칙에 무게를 둡니다. 결과적으로 두 작품은 감정의 과장을 피하면서도, 하나는 대서사적 곡선으로, 다른 하나는 일상의 조정으로 관계의 신뢰성을 확보합니다.


이 브런치북이 인상적인 이유는 크고 화려한 사건 대신 일상의 선택으로 변화를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매 회 어떤 말을 하고 무엇을 남겨둘지, 언제 만나고 어떻게 조정할지 같은 실제 결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관계의 방향이 또렷해집니다.


과거를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조건에서 가능한 해법을 찾는 태도 덕분에 읽는 동안 피로감이 적었습니다. 교차 1인칭은 같은 장면을 다른 눈으로 재확인하게 해 해석의 폭을 넓혀 주었고, 반복 이미지는 과장 없이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이 브런치북은 첫사랑이라는 낭만적 소재를 단순한 회상으로 끝내지 않고, 현재의 생활 속에서 다시 이어지는 관계가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보여 준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큰 사건 대신 작은 선택과 절차가 쌓여 관계를 움직여 간다는 점에서, 독자는 자신이 경험한 관계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사랑을 화려하게 포장하기보다, 지금 가능한 방식으로 관계를 다시 세워 가는 현실적인 로맨스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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