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의 도파민, 우리가 두쫀쿠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가 우리 디저트 시장을 점령한 풍경은 단순히 먹거리의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읽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쿠키라고 하면 바삭하고 얇은 식감의 크래커나 비스킷을 먼저 떠올렸지만, 이제 대중이 열광하는 쿠키는 묵직한 무게감과 속을 꽉 채운 밀도, 그리고 입안에서 끈적하게 달라붙는 질감을 가진 것들이다. 이 낯설고도 매혹적인 식감이 어떻게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왜 우리는 이 작은 밀가루 덩어리에 열광하는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꽤 흥미로운 작업이다.
두쫀쿠의 유행은 시각적인 충격에서 시작된다. 기존의 쿠키가 커피 한 잔에 곁들이는 가벼운 간식이었다면, 두쫀쿠는 그 자체로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부피를 가졌다. 초콜릿 칩이 덩어리째 박혀 있고, 반을 갈랐을 때 꾸덕하게 흘러나오는 가나슈나 잼, 혹은 찰떡과 마시멜로 같은 부재료들은 보는 이의 식욕을 극대화한다. 이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시각 중심의 소셜 미디어 환경과 완벽하게 맞물렸다. 단면을 찍었을 때 느껴지는 압도적인 풍요로움은 이른바 ‘비주얼 맛집’의 필수 조건이 되었고, 사람들은 이 화려한 단면을 공유하며 자신의 미적 취향과 트렌디함을 증명한다. 사진 한 장으로 전달되는 그 ‘꾸덕함’의 서사는 텍스트보다 강렬하게 대중의 욕망을 자극했다.
하지만 시각적 매력만으로는 이 긴 유행을 설명하기 부족하다. 핵심은 결국 쫀득함이라는 촉각적 경험에 있다. 한국인은 유독 식감에 예민한 민족이다. 떡의 쫄깃함, 면의 탱글함, 그리고 이제는 쿠키의 쫀득함까지, 우리는 씹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쾌감을 중시한다. 두쫀쿠의 식감은 서구의 레뱅(Levain) 스타일 쿠키에서 기원했지만, 한국에 상륙하며 더욱 극단적으로 진화했다. 겉은 가볍게 바삭하면서도 속은 덜 익은 듯 촉촉하고 찰진 느낌을 주는 이 ‘겉바속쫀’의 미학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훌륭한 저작(咀嚼)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무언가를 강하게 씹고,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내는 과정은 뇌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주며, 그 찰나의 달콤함은 피로를 잊게 하는 가장 경제적인 보상이 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두쫀쿠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의 계보를 잇는 전형이다. 2000년대의 스몰 럭셔리가 명품 립스틱이라는 브랜드에 집중했고, 2010년대가 호텔 케이크나 니치 향수라는 취향으로 옮겨갔으며, 팬데믹 시기의 오마카세가 희소한 경험을 소비했다면, 지금의 디저트 럭셔리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즉각적인 도파민 충족으로 내려앉았다. 고물가 시대에 제대로 된 식사 한 끼를 근사하게 먹으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5천 원 내외의 프리미엄 쿠키 하나는 비교적 낮은 진입 장벽으로 최고의 심리적 만족을 제공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밥 대신 선택하는 이 묵직한 밀가루 뭉치는 이제 도시인의 욕구가 압축된 생존형 위로가 된 셈이다.
또한 이 유행은 디저트 시장의 수제(Artisan) 선호 경향을 반영한다. 공장에서 찍어낸 획일적인 과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손맛과 개성이 이 투박한 모양의 쿠키에 담겨 있다. 집마다, 카페마다 들어가는 재료의 배합이 다르고 굽는 온도가 다르기에 저마다 독자적인 서사를 가진다. ‘어느 집 쿠키가 더 꾸덕한가’를 찾아다니는 이른바 쿠키 순례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되었다. 이는 대량 생산된 맛에 지친 소비자들이 창작자의 개성이 담긴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심리와도 닮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두쫀쿠의 열풍이 국경을 넘어 일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오사카의 츠루하시나 도쿄의 신오쿠보 같은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한국식 쿠키가 소개되며 일본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디저트에 있어서만큼은 장인 정신과 섬세함을 강조해온 일본이지만, 최근에는 한국 디저트 특유의 K-맥시멀리즘과 압도적인 식감이 새로운 자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화려한 외양과 묵직한 볼륨감은 일본의 ‘인스타바에’ 문화 즉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피사체를 찾아다니고 소비하는 현상과도 결합하며, 한일 양국의 젊은 세대가 공유하는 정서적 결핍과 이를 달래려는 소비 행태가 서로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두쫀쿠라는 트렌드는 한국인의 유별난 식감 사랑, SNS를 통한 과시적 소비, 그리고 저비용 고효율의 행복을 찾는 생존 전략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과거 ‘뚱카롱’이 그러했듯, 본래의 형태를 넘어 한국식으로 재해석되어 더 크고 화려해지는 과정은 한국 디저트 시장의 독특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유행은 언젠가 변하겠지만, 우리가 이 쿠키를 베어 물며 느꼈던 그 묵직한 만족감만큼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리 마음의 밀도는 낮아져 가는데, 대신 입안을 가득 채우는 쿠키의 밀도를 높임으로써 정서적 허기를 달래는 것이다. 쫀득하게 입에 착 달라붙는 그 질감은 어쩌면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받고 싶은 위로의 밀도와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얇고 가벼운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손바닥 위에 묵직하게 올라앉은 쿠키 한 덩이는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이 달콤한 밀도를 음미해 보라고 권한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이 쫀득함은 단순히 맛의 취향이 아니라, 이 시대를 버티게 하는 작지만 단단한 힘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조만간 우리나라의 이런 스몰 럭셔리의 계보를 한번 살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