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결정이 묻는 목숨의 무게

『日露戦争史』- 2015년 第63回菊池寛賞 수상작가 작품

by KOSAKA


전쟁은 단지 포탄과 명령, 전투와 사상자 수로만 기록되지 않는다. 전쟁은 그것을 일으킨 국가의 사상과 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만들어낸 일이다. 『日露戦争史』는 그런 의미에서 ‘전쟁사’라는 장르를 뛰어넘는다. 반도 가즈토시는 이 세 권짜리 방대한 저작을 통해, 20세기 일본이 형성되는 결정적 순간인 러일전쟁을 단지 무력 충돌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사상과 욕망, 실책과 희생, 결정과 후회를 철저히 파헤친다.


이 책은 전형적인 전쟁사처럼 보일 수 있다. 제1권에서는 러일전쟁의 기획 배경, 국제정세, 메이지 정부 내부의 논쟁들이 상세하게 다뤄지고, 제2권에서는 주요 전투—봉천전투, 여순항 포위전, 황해 해전 등—의 전략적 전개가 담긴다. 마지막 3권은 전후 처리 과정과 일본 사회에 남긴 ‘승전의 상처’를 조명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작품은 전쟁의 기술적 분석이나 군사적 승리를 찬양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왜 일본은 전쟁을 택했는가?”, “그 승리는 일본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쌓아올리고 있다는 사실을.깨닫게 된다.


작가는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서술자다. 기자 출신의 간결한 문장, 치밀한 자료조사, 그리고 역사적 거리두기와 인간적 감정이 교차하는 문장은 독자를 쉬이 몰입하게 만든다. 그는 사건을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당시의 회의록, 신문 기사, 전보, 군 내부 문건 등을 원자료로 제시하며,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다. 가령 이토 히로부미가 ‘전쟁은 국가의 체면보다 국민의 생명이 먼저’라고 한 발언과, 메이지 천황의 결정 사이의 간극을 독자는 직접 따라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것은 일본의 결정이 단순히 민족주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제 외교, 영국과의 동맹, 러시아 내부 사정까지 엮인 복잡한 계산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승리한 전쟁’을 다루면서도 결코 영광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는 러일전쟁이 일본에게 가져온 것은 단지 전리품이 아니라, “전쟁은 이긴다”는 위험한 환상이었다고 지적한다. 여순항에서 벌어진 끔찍한 참호전과 무모한 돌격, 동해 바다에서의 자폭적 항해, 그리고 그로 인해 희생된 수만 명의 병사들은 이후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본 제국주의의 심리에 결정적 흔적을 남긴다. 그는 말한다. “러일전쟁은 일본을 미치게 만들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이 책은 그 광기를 만들어낸 수많은 ‘결정의 순간들’을 정밀하게 복원한다.


특히 제3권에서는 전쟁 이후의 일본 사회를 다룬 부분이 압권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국민은 전쟁의 비용을 치러야 했다. 물가 폭등, 징병제 확대, 국가 재정의 붕괴, 그리고 사회의 극우화. 반도는 이 과정을 통해 ‘승전국 일본’이 어떻게 스스로를 고립된 제국으로 몰아갔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그는 러일전쟁을 태평양전쟁의 ‘서곡’으로 읽는다. “만약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적절한 교훈을 얻었다면, 1945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역사의 직선성보다 순환성과 반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가치 있는 점은, 전쟁을 이끈 지도층과 명령 수행자 사이의 괴리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전회의를 주도한 참모본부의 논리는 치밀했지만, 그 명령을 수행한 병사들은 극도의 식량난과 감염병 속에 방치되었다. 반도는 전쟁을 ‘지휘자의 시선’이 아닌 ‘현장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일본 역사서술의 오랜 약점을 의식한 작가의 태도다. 국가와 국민, 제국과 병사 사이의 단절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경고로 작용한다.


『日露戦争史』는 단지 러시아와의 전쟁을 묘사한 책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을 향한 결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그 결정은 누구의 목숨을 요구하는가”**를 끝없이 묻는 책이다. 일본 근대사의 결정적 전환점에서, 반도 가즈토시는 승전의 무대 뒤편에 남은 침묵을 기록했다. 그 기록은 지금의 독자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