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희망을 물들이는 과학의 푸른 물결

『藍を継ぐ海』- 2024년 나오키상 수상작

by KOSAKA

이요하라 신(伊予原新)은 1964년 효고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이학부에서 지구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 출신 작가다. 원래는 자연과학 교양서를 쓰는 저널리스트였으나, 2006년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는 수학 교과서』와 같은 과학 입문서를 통해 대중적인 명성을 얻은 이후, 픽션 장르로 영역을 넓혔다. 2018년 『물방울이 떨어지는 거리』로 제40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에 들어선 그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인물의 심리 묘사와 자연 배경 속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일본 문단 내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확립하였다.


그리고 2024년, 그의 신작 『쪽빛을 잇는 바다(藍を継ぐ海)』가 제172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는 명실상부한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자연과학을 문학의 감성과 접목시킨 그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배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과학이라는 ‘사실’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섬세하게 비출 수 있는지를 문학적으로 증명해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다섯 편의 단편을 수록한 연작소설집이다. 모든 이야기는 서로 다른 지역과 인물,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것을 계승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 아래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작가 특유의 과학적 소재, 지역의 특성, 인간의 상실과 희망이라는 정서적 무게가 각 이야기에서 개별적으로 살아 숨 쉰다.


표제작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藍を継ぐ海」를 제외한 네 편은 자연 속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감정의 균열과 회복의 가능성을 얘기한다. 각 편의 무대는 일본의 지방 소도시이거나 외딴 섬이다. 도쿄나 오사카처럼 빛나는 도시가 아닌, 고요하고 때로는 쇠락한 느낌의 장소들이 인물들과 함께 서사 속에 녹아든다. 그것은 자연과 가까운 삶, 혹은 자연과 더 이상 가까이할 수 없는 인간의 단절을 함의하기도 한다.


작품의 첫 단편은 야마구치현 오오시마 섬을 배경으로, 전직 사진작가였던 중년 남성과 지방 공무원이 전통 도자기의 원료인 '미시마토'를 찾기 위해 섬을 조사하는 이야기다. 이들은 폐광과 항만을 돌아다니며 과거의 흔적을 복원해내려 하지만, 단순한 발굴이나 탐사 이상의 정서적 접촉을 하게 된다. 남성은 과거의 기억을 사진으로 남기려 했던 이유를 되짚고, 여성은 지역 문화라는 것이 단지 기록으로 남기기보다는 삶으로 살아내야 할 것임을 깨닫는다. 지질학이라는 ‘과학’은 여기서 장소에 대한 물리적 단서일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정서적 언어로 기능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나라현의 깊은 산속 마을에서 과거 ‘니혼오오카미(일본늑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을 찾는 웹디자이너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대도시에서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전원생활을 실험적으로 선택했으며, 우연히 전설처럼 전해지는 늑대의 흔적에 사로잡힌다. 이 단편은 멸종 동물이라는 소재를 빌려, 잃어버린 생명과 기억,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되묻는다. 늑대는 실존했던 생명체인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 투사된 상징으로 작동한다. 여성은 늑대의 행적을 추적하며 결국 자신이 잃은 감각, 혹은 스스로 억누른 감정을 복원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지식’은 정보가 아니라 정서를 끌어올리는 수단이 된다.


세 번째 단편은 나가사키현의 폐가에서 발견된 방대한 양의 암석과 유리 제품을 조사하러 온 젊은 지질공무원의 이야기다. 그는 해안가 폐가 안에서 원인 모를 석재와 유리병, 그리고 과거의 신문 기사 등을 발견하게 되며, 그곳이 한 피폭자 가족이 살았던 공간임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후쿠시마와 히로시마를 지나온 일본의 현대사, 특히 원자력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공포, 침묵, 분노를 정제된 문체로 다루면서, 인물이 장소를 읽어내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기억의 복원’이자 ‘계승’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네 번째 이야기는 홋카이도의 한 마을에서 부친이 중병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고 돌아온 임산부가, 어린 시절 함께 찾았던 운석의 낙하 지점을 속여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려는 이야기다. 이 단편은 유일하게 가족의 틀 안에서 ‘거짓말’을 통해 사랑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다룬다. ‘운석’이라는 천문학적 소재는 사실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딸이 아버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선물로 묘사된다. 딸은 실제로 떨어지지 않은 별똥별을 놓아두는 장소를 꾸미며,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며 할 수 있는 마지막 애정을 실현한다. 과학은 이 장면에서 구체적인 사실의 틀이 아니라, 오히려 환상과 위로의 재료로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표제작 「藍を継ぐ海」는 도쿠시마현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중학생 소녀가 바다거북의 알을 자신이 직접 부화시키겠다고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녀는 조부와 단둘이 살며, 부모의 부재와 도시에서 전학 온 외로움을 자연 속에서 극복하려고 애쓴다. 바다거북이라는 존재는 바다와 땅,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을 잇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소녀는 그것을 돌보는 일을 통해 무력감을 극복하고자 한다. 작가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 자연을 돌보는 것과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유사한지, 그리고 삶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와 존재를 이어가는 일인지를 따뜻하게 풀어낸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각 단편이 개별적으로 완결된 이야기를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전체를 통해 ‘잇는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어떤 것은 장소에서 사람으로, 또 어떤 것은 기억에서 미래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과학은 인간의 감정을 지우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되살리는 장치로 기능한다. 과학은 자연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지층을 분석하며, 멸종 동물을 기록하고, 암석을 분류하지만, 이요하라 신의 작품에서는 그것들이 모두 인간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따뜻한 기호로 작동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은 잊혀지고, 어떤 것은 우연히 되살아나고, 어떤 것은 잘못 계승되기도 한다는 삶의 진실을 조용히 응시한다. 나오키상 수상은 이 작품이 단지 뛰어난 이야기라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 문학이 지금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던져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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