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에서 시작된 유쾌한 혁명

『成瀬は天下を取りにいく』- 2024년 서점대상 수상작

by KOSAKA

『成瀬は天下を取りにいく』- 2024년 서점대상 수상작

소설 『成瀬は天下を取りにいく』는 2023년 일본 문학계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 중 하나로, 제10회 서점대상 2위를 차지하며 독자들의 강한 지지를 받은 청춘소설이다. 고등학생 ‘나루세’라는 인물이 “천하를 손에 넣겠다(天下を取りにいく)”는 당돌한 선언과 함께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일본의 지방도시 ‘오츠(大津)’를 배경으로 10대 소녀의 일상과 내면을 따뜻하게 조명한다. 전형적인 성장소설이면서도 주인공 나루세의 독특한 화법과 가치관, 그리고 거침없는 실천력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긴장감은 이 소설을 단순한 교훈극이나 감상적인 청춘담으로부터 구별되게 만든다.


작품의 중심에는 언제나 주체적인 선택을 중시하는 나루세가 있다. ‘천하를 얻겠다’는 선언이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나루세에게 그것은 단순한 허세나 망상이라기보다는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자기 선언이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의 표출이다. 친구와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성격, 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디테일에 집착하는 태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구청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고 고시엔 응원 현수막을 혼자 기획하는 실행력은 모두 그런 태도에서 나온다. 무례하지 않지만 고분고분하지도 않고, 정의감에 도취되기보다 관찰자적인 유머와 거리감을 유지하는 나루세의 말투는 독자로 하여금 ‘이 아이, 정말 뭔가 다르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따뜻함과 배려를 잃지 않으며, 주변을 자기 페이스로 이끌어간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이 지방도시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지방 청춘의 우울’에 갇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츠는 교토 옆에 있지만 늘 ‘애매한 위상’을 지닌 지역이다. 나루세는 이 오츠라는 도시가 ‘세계유산이 있음에도 외지인이 찾지 않는 곳’, ‘낮에는 사람이 없고 밤에는 어두운 곳’이라며 자조적으로 묘사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는 무대이자 자신이 바꾸고 싶은 현실로서 받아들인다. ‘천하를 얻는다’는 선언은 그녀의 작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작은 혁명이며, 구체적인 실천은 ‘작은 장소, 작은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일본의 지방 청년들이 겪는 현실적 제약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대 청춘소설로서 의미를 가진다.


문장 스타일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을 높인다. 나루세의 독백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정직하다. 감정을 과잉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곳곳에 번뜩이는 재치와 상상력이 숨어 있어 읽는 재미를 준다. 특히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드러나는 나루세의 ‘독특한 상식’과 ‘우회적인 감정 표현’은 소설의 리듬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작가는 청소년의 감정을 억지로 낭만화하거나 교훈적으로 포장하지 않으며, 캐릭터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덕분에 독자들은 나루세를 통해 자신이 잊고 있던 10대의 충동,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 그리고 그때만 가능한 ‘세상과 겨루는 자세’를 새롭게 느끼게 된다.


『成瀬は天下を取りにいく』는 단지 고등학생의 성장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한 인물이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존재감을 형성해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이 거창한 결과를 얻거나 대단한 인생 역전을 이루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시선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든다. 나루세는 실패하거나 민망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으로 의미를 찾는다. 이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 특히 ‘거창한 꿈은 피곤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작지만 묵직한 용기를 건넨다. 꿈을 향해 직진하는 인물의 모습이 무조건적인 자기 확신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품은 채 흔들리는 과정의 일부로 그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과연 나는 지금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루세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상대하는 법’을 묻는다. 천하를 얻겠다는 선언은 누군가에겐 과장된 농담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가장 진지한 첫 문장이 될 수 있다. 그 작은 문장 하나가 얼마나 멀리 가 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고요한 야심과도 닮아 있다. ‘천하를 얻기 위해’가 아니라, ‘천하를 얻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태도 아닐까. 『成瀬は天下を取りにいく』는 그런 물음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남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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