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OPIA』-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DTOPIA』-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안도 호세(安堂ホセ)는 1994년 도쿄 출생의 작가로, 2022년 『ジャクソンひとり』를 통해 제59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迷彩色の男』을 거쳐, 2024년 말 발표한 『DTOPIA』로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현대 일본 문학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연속적인 아쿠타가와상 후보 지명 끝에 받은 이번 수상은, 형식 실험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그의 문학 세계가 일정한 완성도를 갖추었음을 문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결과다. 특히, 『DTOPIA』는 대중문화와 고급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드문 성취를 보여주며, "새로운 서사 기법을 통해 리얼리티 쇼라는 익숙한 틀 안에 불편한 진실을 숨겨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DTOPIA』는 허구의 연애 리얼리티 쇼 ‘디토피아’를 무대로 삼는다. 보라보라섬에서 촬영되는 이 쇼에는 도쿄, 뉴욕, 상하이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차출된 10명의 남성 참가자들이 등장해, '미스 유니버스'라는 여성 참가자를 두고 관계를 구축하거나 경쟁한다. 주인공은 ‘Mr. Tokyo’라는 가명으로 출연한 일본 남성이다. 독자는 그의 일인칭 시점을 통해 리얼리티 쇼의 무대 뒤, 참가자들의 연기와 진심, 편집과 조작, 그리고 그 너머의 인종, 젠더, 자본주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연애 예능의 클리셰들이 펼쳐진다. 남자 참가자들은 매일 다른 방식으로 여성 참가자에게 호감을 사려 노력하며, 탈락자가 생기고, 고백의 시간과 미션, 갈등과 연대가 반복된다. 그러나 『DTOPIA』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쇼의 구조 자체에 회의적이다. 그는 왜 자신이 ‘일본 대표’로 선발되었는지조차 납득하지 못하며, 다른 참가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일정한 세계 질서를 은밀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해 나간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리얼리티 쇼’라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포맷을 빌려, 현대의 사회 구조와 가치의 이면을 정면으로 파헤친다는 점이다. 쇼에 참여한 각국 남성들은 철저히 외양, 경제력, 출신국의 상징성으로 선별되며, '미스 유니버스'라는 여성은 이 모든 조건을 지켜보며 승자를 선택할 권력을 갖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 역시 촬영이라는 구조 속에서 소비되고,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발언과 표정이 조절된다. 즉,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 진심과 설정, 주체와 객체의 경계는 끊임없이 교란된다.
‘Mr. Tokyo’는 동양인의 전형적 이미지—조용하고 예의 바르며 자기주장이 약한—를 요구받으며, 끊임없이 자신이 진짜로 느끼는 감정과 ‘보여주어야 할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일본인이 서구 미디어 안에서 어떻게 이미지화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참가자들이 겪는 갈등은 곧 국가 간 권력 관계와 자본주의적 욕망의 알레고리이며, 특정한 규범을 강화하는 미디어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DTOPIA』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적극적으로 모호하게 만든다. 소설은 리얼리티 쇼의 진행을 ‘촬영’과 ‘편집’, ‘SNS 반응’까지 포함해 묘사함으로써, 독자가 현재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의 비현실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진짜 감정”이란 무엇인가? “진심 어린 관계”란 어디까지 가능한가? 작가는 쇼의 피로감, 감정의 상품화, 인간관계의 ‘연출 가능성’을 날카롭게 해부하면서도, 그 안에서조차 진실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DTOPIA』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구조, 미디어 환경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리얼리티 쇼라는 설정은 자칫하면 가벼운 풍자나 풍속소설로 흐르기 쉬운 소재지만, 안도 호세는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층위—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정체성, 경쟁 속에서의 고립감, 관음의 피로, 연결된 듯한 단절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들이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다. 어떤 참가자는 방송 종료 후 소송을 준비하고, 어떤 이는 방송 중간 자살을 기도하며, 어떤 이는 편집된 자신의 모습을 인터넷 댓글로 처음 본다. 이러한 전개는 단지 드라마틱한 장치가 아니라, 현대인의 자기인식이 타인의 눈에 의해 구성된다는 본질을 찌르는 장면들이다.
문장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고 리드미컬하며, 시점의 흐름도 명료하다. 하지만 장면 구성, 쇼와 현실의 경계, 자아와 타자 간의 인식 균열 등은 복잡한 사유를 요구한다. 안도 호세는 문학이 여전히 ‘사회적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매체임을 증명하며, 엔터테인먼트와 철학을 한 무대 위에서 병치시킨다. 『DTOPIA』는 단지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고, 왜 믿는지를 묻는 문학적 장치다.
작품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지만, 현대 사회의 디지털적 조건과 그 안에서 인간의 감정과 정체성이 어떻게 변형되고 있는지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충분한 공감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리얼리티 쇼라는 익숙한 장르의 가면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DTOPIA』는 탁월한 문학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문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아니다. 오히려 왜곡을 통해 진실을 들춰내는 렌즈다. 『DTOPIA』는 바로 그러한 렌즈로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얼굴을 낯설게 비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