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무서워 하기에는 미묘하고, 무심코 아름답다 하기에는 기괴한...
세상을 살다보면 아름다우면서도 오싹한 혹은 오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와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비구니 셋이 밝은 달이 뜬 밤에 고즈넉한 강가를 걷는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서로를 향하여 장난을 치면서 소리 내어 웃는다. 그러다가 강가의 작은 조약돌들 중 예쁜 것을 골라 서로의 바랑에 넣기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또 그 말에 대꾸하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바랑이 무겁다 싶게 예쁜 조약돌이 찼을 무렵, 나란히 손을 잡고 강으로 향한다. 그리고 걸어 들어간다. 자신들의 몸이 완전히 잠길 때까지 그녀들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김수영이던가 신동엽이던가 이런 장면으로 시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은 이처럼 아름답지만 오싹한 혹은 오싹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의 모음집 같다.
「꽃밥」
나에게는 후미코라는 여동생이 있다. 그 여동생이 태어난 날의 기억이 선명할 정도의 터울을 지닌 여동생이다. 여동생이 태어나고 이년이 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애틋한 여동생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여동생이 어느 날 꿈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에게는 또 다른 아버지와 엄마와 오빠와 언니가 있다고 한다. 꿈에 본 그곳을 찾아가자고 조른다. 나는 결국 후미코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그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생의 후미코가 죽기 전의 가족들을 만난다. 후미코는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죽은 어떤 여인의 가족을 알고 있다. 그러나 후미코는 스물 한 살 너머까지 산다. 그때부터는 온전히 후미코만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까비의 밤」
몸도 약하고 조선인이라는 약점도 지닌 준지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괴수물에 대한 여러 자료를 준지의 집에 가지고 가서 함께 보고는 하면서 우정을 키웠다. 하지만 어느 날 준지가 나의 집에 찾아온 날, 나는 다른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준지를 무시하는 행위에 동참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지는 죽었다. 그때부터 동네에는 귀신에 대한 목격담이 등장한다. 그리고 나는 그 귀신 혹은 조선의 도깨비가 된 (소설에서는 그 발음을 도까비로 들었고, 그래서 계속 도까비라고 부르는) 준지를 만나고, 가장 재미있는 놀이의 밤을 보낸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마을에 귀신 목격담은 생기지 않는다.
「요정 생물」
나는 하교길에 길에서 파는 무언가를 사가지고 돌아오게 된다. 그것은 마치 해파리와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얼굴이 보인다. 사내는 내게 이런 것을 키우면 행운이 따른다면서 나를 유혹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집으로 가지고 와 키우기 시작한다. 그것을 손바닥에 올려 놓았을 때 느끼게 되는 이상한 감각에 조금씩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렇게 그 생물을 키우고 난 다음에 나에게 찾아온 것은 행운이나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엄마는 외간 남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 생물을 칼로 찌르고 가져다 버렸다.
「참 묘한 세상」
삼촌이 죽었다. 삼촌에게는 같이 사는 여자 가쓰코가 있었다. 삼촌이 죽어 장지로 가는 길, 갑자기 영구차가 멈춰 선다. 아키라는 그것이 삼촌의 또 다른 여자인 가오루 씨가 그 자리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여 가오루 씨를 데리고 온다. 영구차가 움직인다. 그러나 잠시 후 영구차가 다시 멈춰 선다. 이번에는 아키라의 동생 히로미가 야요이라는 여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오루와 마찬가지로 야요이가 불려온다. 그리고 이렇게 세 명의 여인이 모두 모인 뒤에야 영구차는 정상적으로 움직여서 화장도 끝나게 된다. 세 여인은 삼촌의 뼈를 각각 주워 갔다. 그리고 얼마 후 삼촌과 함께 살았던 가쓰코의 집에 갔던 아키라는 세 여인이 사이좋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오쿠린바」
언령(言靈)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말이 가지고 있는 영험한 힘 같은 것이다. 오쿠린바는 그러한 언령을 실행하는 사람이다. 일종의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언령에는 많은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람을 죽이는 주문만이 남아 있고, 그 주문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오쿠린바이다. (그래서 이 오쿠린바가 주문을 외울 때 주문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와 오쿠린바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소리가 새어들어가지 않게 귀를 틀어막고 있어야 한다) 나는 친척 아주머니로부터 이 오쿠린바를 물려 받을 사람으로 어린 시절 지목되었다. 그리고 이 아주머니가 언령을 행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아주머니가 돌아기시던 날, 오쿠린바의 주문을 물려 받았지만 그것으로 사람들의 죽음을 실행에 옮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얼음 나비」
철교 인간이라는 것이 있다. 자살한 사람들의 살점이 차륜 축이나 부품에 붙어 있다가 철교를 건너는 순간 툭 떨어지게 되는데, 그러다가 밤이면 그 살점들끼리 붙어서 사람이 되는데 그것이 바로 철교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철교 인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여하튼 그런 이야기에 혹할만큼 외로운 소년이었던 나는 홀로 묘지를 찾아갔다가 예쁜 누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미와 누나로부터, 봄에 태어나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에에는 한 나무에 수천 수백의 개체가 매달려 나비 나무를 만드는 얼음 나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누나는 묘지로의 발걸음을 멈추었고, 나는 그 누나가 사라진 방향을 더듬는다. 그리고 그곳이 홍등가였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이후의 일이고 당시 아홉 살이었던 나는 그저 그 누나를 찾기를 바랐을 뿐이었고, 그곳에서 화장을 한 누나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지만 결국 제지당한다.
슈카와 미나토 / 김난주 역 / 꽃밥 (花まんま) / 예문사 / 327쪽 / 2014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