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칠십여년전 미국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괴리가...
플래너리 오코너는 1964년 39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장편소설 2편과 단편소설 32편, 여러 권의 평론집과 에세이를 남겼다. 살아 생전에 소설집은 두 권을 남겼는데, 아마 이 책이 그 중 한 권이리라... 육칠십여 년 전 미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들이어서, 이 시간과 공간의 괴리가 독서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러한 괴리가 독서를 흥미롭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여행을 앞두고 이 가족의 할머니는 뭔가 마뜩찮다. 신문에는 미스핏이라는 사내가 탈옥하여 플로리다 쪽으로, 그러니까 이 가족이 여행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하지만 이 가족은 결국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행 중 이 할머니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어떤 공간에 들르자 주장하고, 그렇게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결국 미스핏 일행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죽임들 그리고 죽음들... 죽음을 대하는 아니 사람을 대하는 이들의 방식은 돌연, 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데 그것이 꽤나 난감하다.
「강」
베벨을 잠시 맡게 된 여인은 독실한 신자이다. 여인은 베벨을 데리고 (하지만 실은 이 아이의 이름은 베벨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는 목사의 이름인 베벨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다) 강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베벨에게 데리고 간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베벨, 그러나 베벨의 부모는 베벨에게 무관심하고 베벨은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혀진 집을 떠나 목사를 만났던 그 강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베벨은 강에 빠지고, 그런 베벨을 구하려고 하였던 파라다이스 노인의 행위에도, 사라져간다.
「당신이 구하는 생명은 당신 자신의 것인지도 모른다」
모녀가 살고 있는 시골의 농장에 나타난 한 사내, 노파는 자신의 딸과 사내를 맺어주려 하고, 사내는 자신의 도덕을 은근슬쩍 내세우며, 이 거래와도 같은 결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내와 노파의 딸이 마을에서 결혼을 신고하고 신혼 여행을 떠나는 길, 사내는 노파의 딸을 휴게소 식당에 내려놓은 채 그대로 차를 몰고 길을 나선다. 타락한 세상을 향하여...
「뜻밖의 재산」
서른 넷의 루비는 도시의 공동 주택에 살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왔고, 그녀는 자신의 엄마를 닮고 싶지 않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겨운 루비는 엄마를 떠올린다. 서른 넷에 이미 아이를 낳고 노인이 되어 갔던 엄마와 자신은 다르리라고 생각하다. 하지만 당장은 계단을 오르는 것이 이상하게 힘겹다. 뭔가 병에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비는 병원에 가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그녀는 아이를 가진 것 같다, ‘뜻밖의 재산’인 아기...
「성령이 깃든 사원」
수녀원에서 생활하는 두 소녀가 아이의 집을 방문한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소녀들은 아이에게 천막 안에 있던 기형의 인물, 그러니까 양성구유의 사람에 대해 말하여 준다. 자신들이 ‘성령이 깃든 사원’이라고 생각하는 소녀들과 아이 사이의 상념의 거래가 아리송하다.
「검둥이 인형」
헤드 씨는 손자인 넬슨을 데리고 도시를 방문한다. 헤드 씨에게는 두 번째 방문이고 넬슨에게는 첫 번째 방문이지만 넬슨은 자신이 도시에서 태어났으므로 자신 또한 두 번째 방문이라고 우긴다. 영락없는 시골뜨기인 이들의 여행은 갖은 우여곡절, 하마터면 할아버지와 손주 사이가 완전 틀어질 수도 있는 우여곡절들을 겪은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불 속의 원」
어느 날 시골의 농장을 방문한 세 명의 소년... 과거 한 때 그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 한 가정의 소년이 끼어 있는 이들 소년 집단은 처음부터 의심스럽다. 그리고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이들을 받아들인 농장의 부인은 그러나 점차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고, 결국 이들 소년들은 불을 지른다.
「적과의 뒤늦은 조우」
졸업식을 앞둔 샐리 포커는 104살된 자신의 할아버지가 졸업식에 참석하여, 장군의 자격으로 단상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 전까지 이 할아버지가 살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제 졸업식 당일, 할아버지는 단상에 오르지만 그것이 살아 있는 순간이었는지 아니면죽은 이후인지 알 수 없다.
「선한 시골 사람들」
‘선한 시골 사람들’을 향한 기대가 어떤 식으로 배반당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성경을 팔면서 시골을 돌아다니는 사내가 보여준 친절함, 그 친절함에 혹하여 농장의 딸은 자신의 의족까지 빼어 내주지만, 결국 사내는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망명자」
전쟁이 끝나고 유럽에서의 핍박을 피하여 미국으로 오게 된 유태인 가족을 향한 이 미국 농장주 부인의 시선이 얄궂다. 처음 그들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은 그러나 그 유태인이 흑인을 대하는 방식 때문에 크게 어긋나고, 그 이후부터는 그저 그들을 쫓아내기 위한 궁리에 시달리는 부인의 행각이라니...
작가는 미국 남부의 고딕문학 계열 작가로 분류된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에서인지 흑인에 대한 백인의 시선이라는 소재가 종종 등장한다. 그런가하면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는데, 고로 많은 작품에서 종교 혹은 종교인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 옳은 것과 그른 것, 선과 악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옳은 것이 그른 것이 되기도 하는, 선과 악의 경게가 모호해지는 아이러니 혹은 이를 내재화한 이율배반의 인간을 보여주는 데 능해 보인다.
플래너리 오코너 / 정윤조 역 /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A Good Man is Hard to Find) / 문학수첩 / 2014 (1948, 1953, 1955, renewed 1976, 1981,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