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셀 할스트롬 감독 <사막에서 연어낚시>

지루하고 따분한 DNA의 남자에게 숨겨져 있던 연어의 DNA...

by 우주에부는바람

사막에서 연어낚시, 라는 제목이 풍기는 과하게 엉뚱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호기심도 자극한다. 라셀 할스트롬 감독의 다른 영화들 중 <개같은 내 인생>(1985)과 <길버트 그레이프>(1993) 등에서 받은 감명이 기억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한때 좋아하던 작가의 책을, 그 작가는 꾸준히 책을 내고 있었음에도 모른 척 하고 있다가, 문득 다시 사기 시작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 <사막에서 연어낚시>의 관람은...


영화의 내용은 영화의 제목 그대로이다. 그러니까 중동의 국가인 예멘, 그 덥고 건조한 나라에서 연어 낚시를 하겠다는 오일 왕자의 희망과 그 희망에 동참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물론 그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다. 최초 투자 컨설턴트인 해리엇에게 사막 한가운데에 연어를 풀어 놓는다는 계획에 대한 조언을 받은 어류학자 알프레드 존스 박사는 코웃음을 치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하지만 중동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말미암은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던 영국 총리실의 홍보 담당관이 나서면서 이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던 프로젝트는 힘을 받기 시작한다.



영화의 원작인 폴 토데이의 소설은 영국의 정치풍자소설로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정치적 상황으로 말미암은 일종의 나비 효과는 소설의 문학적 장치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에서 총리실 홍보 담당관 패트리샤(크리스턴 스콧 토마스)의 캐릭터가 풍기는 코믹한 설정 또한 아마 원작이 가지는 이러한 풍자 소설의 기류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화에서 (소설에서의 비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진행을 이끌어가는 것은 먼저 존스 박사와 해리엇의 사랑이다. 특히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영국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순리에 따라 정해진 코스로만 (그러니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 같이) 움직이던 존스 박사가 점차 변해가는 과정이 (그러니까 하류에서 상류를 향하여 물을 거스르는 연어의 DNA로) 감상 포인트이다. 여기에 예멘의 왕자가 품은 희망과 그 희망에 부여되는 믿음이 적절한 포장으로 작용하며 영화가 진행된다.



간혹 영국과 중동의 정치적인 상황과 로맨스가 충돌하면서 위태로운 듯도 하게 느껴지지만, 결과적으로는 노장인 감독의 연출력이 워낙 대중적으로 깔끔하고, 존스 박사로 분한 이완 맥그리거와 해리엇으로 분한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 또한 영국식 영어 발음만큼이나 딱 부러지니 영화를 보는 데에 부담을 갖게 되는 정도는 아니다. 어설프지만 순진한 구석이 있는 존스 박사의 감성이 이 영화가 도달해 있는 수위라면, 그 수위에 공감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관객은, 영화의 마지막 로버트를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존스 박사의 곁에 남을 것인지 갈등하는 해리엇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막에서 연어낚시 (Salmon Fishing in the Yemen) / 라셀 할스트롬 감독 / 이완 맥그리거, 에밀리 블런트 출연 / 107분 / 2014 (201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보이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