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케이 감독 <디태치먼트>

과한 스타일에도 detach 하게 되지 않는 attach 할 수밖에 없는

by 우주에부는바람

학교 현장의 두 주체인 교사와 학생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교육 영화라고만 치부하기엔 다루고 있는 영역의 폭과 깊이가 남다르다. 게다가 영화 속 선생님의 캐릭터 또한 로빈 윌리엄스의 뒷모습을 향하여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던 <죽은 시인의 사회>나 시드니 포이티어와 주제가가 돋보이던 <언제나 마음은 태양>의 선생님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저 표정 없는 얼굴만으로도 우울함을 뚝뚝 흘려내는 애드리안 브로디가 기간제 교사 헨리 역할을 맡은 것 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영화는 선생님들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선생이라는 직업에 대해 그 당사자들이 화면 앞으로 끌려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TV 다큐멘터리 속 좋은 선생님들의 인터뷰들과는 다르다. 그들 또한 인간이고 선생은 그저 하나의 직업일 뿐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선생이라는 직업 혹은 선생님이라는 인간에 대해 가질 법한 어떤 기대치에 부응하는 답변이 나오는 인터뷰들이 아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제 기간제 교사 헨리는 (아마도 낙후한 동네의 그만큼이나 추레한 학교일 법한) 공립 학교에 한 달 동안 부임하게 되고 첫 수업을 시작한다. 물론 첫 수업부터 만만치 않다. 학생은 거리낌없이 선생에게 욕을 하고 선생이 보는 앞에서 다른 학생들을 모욕한다. 하지만 헨리 또한 이러한 상황을 수없이 겪은 탓인지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학생은 교실 밖으로 몰아내고,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의 자리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그러한 그를 살이 쪘고 알 수 없는 예술 작업을 한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학생 메레디스가 바라보다.



학교 안 헨리의 앞에 메레디스가 있다면 학교 밖에는 에리카가 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있는 병원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난 에리카는 어린 창녀이다. 헨리는 위험에 빠진 에리카를 구해 주지만 오히려 에리카는 그런 헨리에게 자신의 몸을 팔고자 한다. 그리고 거리에 두면 어떤 삶의 행로를 거치게 될지 뻔히 보이는 에리카를 결국 헨리는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deatchment 는 일종의 거리두기를 의미한다. 헨리는 선생으로서 학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에 어떤 attachment 이 끼어드는 것만큼은 피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약물 중독이었던 엄마와 보낸 어린 시절 그리고 그 엄마의 죽음이 있다. (그 엄마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사이의 어떤 어두운 그림자는 헨리 이전의 부녀 사이의 문제로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하기도 하고...) 그렇게 헨리는 학교 안에서 만난 학생 메레디스도 학교 밖에서 만난 어린 창녀 에리카와도 적당하게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detachment 가 교육의 현장에서 혹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거리두기는 서로간의 애착관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하나의 효과적인 방안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들을 생각하면 마냥 효과적인 방안이기만 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어쩌면 이는 효율성만을 따지는 미국식 공교육 시스템의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은가...) 혹은 인간의 모습이 사라진 미국 사회라는 결과물을 이끌어낸 또 다른 괴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한 헨리의 거리두기는 자신에게 안겨 오는 메레디스를 떼어 내야 하는, 그리고 자신의 집에 기거하는 에리카를 보호 시설로 보내야 하는 의지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러한 헨리의 detachment 는 결국 메레디스의 충격적인 자살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헨리는 결국 보호 시설에 맡겼던 에리카를 찾아가 attachment 가득한 포옹을 하게 된다. 이후의 진행을 넘겨 짚어 볼 수는 없으나 결국 헨리는 attahcment 를 선택한 것이다. 거리를 두는 것에도 거리를 없애는 것에도 모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헨리는 거리를 두어서 아예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줄이는 방식 보다는 거리를 없애서 혹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문제를 떠안고 가는 방식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꽤나 심각한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스타일은 그와는 딴판이다. 인터뷰 화면이나 헨드 헬드 화면과 같은 다양한 형식이 포함되어 있는가 하면 거친 질감과 냉정하고 직선적인 붉은 화면이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건드리면서 존재한다. 과도한 스타일이 묵직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것을 방해한다는 지적은 아마도 이런 요인들로 인해 나오는 것일 텐데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런 스타일 속에서도 주제 의식을 잃지 않는다는 것, 혹은 이러한 주제를 그런 스타일 안에서 잘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오히려 손을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디태치먼트 Detachment / 토니 케이 감독 / 애드리안 브로디, 베티 케이, 사미 게일,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출연 / 97분 / 20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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