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찬 《펀치》

시니컬한 5등급 여고생의 어줍잖은 현실 드라마가 비뚤어진 범죄 스릴러로

by 우주에부는바람

“나는 5등급이다... 5등급은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머리에서 외모까지 5등급은 영원히 날 따라다닐 꼬리표다... 나는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이다. 3년 전 엄마의 극성으로 도전한 외고 입시에 낙방했다...” (p.9~11)


고등학교 3학년인 주인공은 내신 5등급의 평범한 대한민국 여학생이다. 돈 많은 사람들을 변호하여 감옥에 가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아버지를 방 변호사라고 부르고, 괜찮은 미모에 돈 잘 버는 남편을 둔 채 딸의 성공을 위하여 악착같은 엄마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부모를 따라 주말이면 교회에 가야 하고,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배신을 하는 아주 평범한 생활을 하는 학생이다.


소설은 이처럼 평범한 여학생의 생활을 따라다닌다. 아버지로부터는 부족한 외모를 엄마로부터는 부족한 지능을 전달받은 탓에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었다는 투정을 부리는 이 발칙한 소녀는 학원을 빼먹거나 교회를 빼먹는 평범한 생활을 할 뿐이다. 물론 소녀는 유독 시니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소녀는 자신의 현재를 잘 알고 있고, 자신의 미래 또한 절망적으로 그려나갈 뿐이다.


“공부하기 싫지? ... 네... 몇몇 철부지들이 대답한다... 그럼 성형이라도 해.” (p.91)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인 여건을 가지고 있고 부족한 점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곱지 않은 시선을 그저 비뚤어진 개인에게로 그 책임을 돌리기 어렵다. 선생님들은 공부하기 싫다는 여학생 제자들을 향하여 성형이라도 하라고 비아냥거리고, 부모는 과도한 기대치를 갖고 그것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식을 그저 닦달할 뿐이다.


그리고 이제 주인공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결론을 향하여 달려간다. 부모님에 의하여 끌려간 작은 교회 소모임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에게 자신의 부모를 살해해 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소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결론밖에는 갖지 못한다. 소녀는 정말 이러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 패륜아가 될 것인가, 아니면 중간에 이를 포기하고 개과천선하게 될 것인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을 넘지 못하는 떨거지들은 왜 기준을 그렇게 만들었느냐고 항의하지도 않고 기준에 턱걸이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래서 떨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 기준에 부합하는 똘똘한 아이들은 기준이 잘못됐다는 걸 알아도 따지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들에게 유리한 게임의 룰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p.141)


작가의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지만 문학적으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다. 스토리의 전개가 속도감 있고 메시지가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소설의 중량감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성장기 청소년과 그 부모 사이의 갈등이라는 드라마 장르가 후반부로 가면서 일종의 범죄 스릴러물로 바뀌어 가는데 이 또한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보니 더더욱 예민하게 잣대를 들이밀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재찬 / 펀치 / 민음사 / 254쪽 / 20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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