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어느 켠에서든 길어 올리는 이 작가의 유니크한 기괴함...
좀더 젊은 시절의 나였다면 환호와 아우성 속에서 읽지 않았을까. 전혀 친절하지 않은 작가여서 조금 불편하기는 하였고 그래서 혹시 불쾌한 것인가 싶다가 또 그건 아닌데 싶은 우여곡절의 심정 속에서 읽었다.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좁은 골목길을 걷듯 느닷없이 바뀌는 장면이나 갑작스레 맞닥뜨린 막힌 길처럼 우뚝 멈추는 결말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도사리고 있는 기괴함이 꽤 유니크하게 다가온다.
「어른들끼리 (Adults Alone)」.
시어머니에게 어린 자식들을 보낸 부부인 일레인과 폴의 시간을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새로 온 동네에 적응해야 한다는 낯섦 속에서도 이들은 대마초를 함께 피우는 등 한껏 망가지고자 한다. 그리고 그렇게 널부러져 있던 이들은 어린 자식이 돌아온다는 시어머니의 전갈을 받은 후 집안에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흔적을 차분히 없애간다.
「조니를 찾아서 (Looking for Johny)」.
조니는 어느 날 한 사내에 의해 납치를 당한다. 랜디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조니를 자신의 거처로 데리고 가서 낚시를 가는 등 함께 생활하려 애쓴다. 그런데 랜디는 다시 조니를 차에 태워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넌 내가 생각했던 아이가 아니야.”라고 말하며 이 아이를 다시 데려다 준다.
「더위 속의 청키 (Chuncky in Heat)」.
뚱뚱한 소녀 청키는 뒷마당에 누워 있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들을 모른 척하며 그녀는 조금씩 옷을 벗기 시작한다. 그녀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침대에서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허공으로 내밀고’ 있다가 엄마에게 들킨 적이 있다. 어쩌면 그녀는 그저 자신의 알몸이 바깥 공기와 접촉하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짐 트레인 (Jim Train)」.
법률 회사에 다니는 짐은 사무실이 빌 때까지 남아 있다가 자신이 상사의 방문가에 있는 커다란 화분에 소변을 보고는 한다. 어느 날 이 상사가 자신을 부르자 짐은 위기의식을 느끼지만 오히려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올해의 사원으로 뽑혔다는 전갈을 받는다. 그리고 상으로 화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곧바로 회사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말과 함께 퇴근을 종용받고 그는 이제 집에 머문다.
「총알 캐처 (The Bullet Cathcer)」.
쇼핑몰에서의 일화이다. 프랭크는 쇼핑몰에 들렸다가 미리 참가자를 받고서 진행되는 행사를 지켜보게 된다. 참가자들은 지프차의 어느 곳인가에 손바닥을 붙이고 그것으로 시합이 시작된다. 그렇게 손바닥을 떼지 않고 가장 오래 버틴 자에게 지프차를 주는 행사이다. 프랭크는 아는 사람이 출전한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음 날 다시 그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두 명이 남을 때까지 버티던 그녀는 마지막 순간 손바닥을 떼게 되어 이등에 머문다. 그리고 그는 야구 글러브를 하나 훔쳐 달아나는데, 자신을 향해 발사된 총알을 그 글러브로 받는다. 총알 캐처...
「그럼 이만 (Yours Truly)」.
수건이나 시트 등을 보관하는 리넨장에 숨어 들기를 좋아하는 나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그 어둡고 좁은 공간은 내가 나를 발견하고 사랑하기에 가장 적당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밤의 에스더 (Esther in the Night)」.
식물인간인 채로 침대에 누워 있는 폴에 대해 갖는 여동생 신디의 이런저런 생각과 행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나의 정체가 불분명하다. 이 엉성하고 기우뚱거리는 가족에서 나는 무엇일까...
「파자마 파티 (Slumber Party)」.
아직 어린 샐리와 벤의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을까... 샐리의 집 지하실에서 두 사람은 함께 자기로 한다. 그렇게 서로의 몸에 대한 호기심으로 훑던 두 사람은 문득 벌거벗은 채로 바깥 나들이에 나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물건을 훔치던 청년들과 마주치게 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그곳에서 바깥으로 난 창을 통해 청년들이 붙잡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의 ‘나’ (The I of It)」.
남자 없는 집의 유일한 남자인 나는 나의 ‘그것’에 집중한다. 그렇게 나의 ‘그것’에 집중하던 나는 이제 남자를 찾아 나선다. 나의 ‘그것’으로 나는 남자들을 유혹한다.
「진짜 인형 (A real Doll)」.
여동생인 제니퍼의 바비 인형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나의 이야기이다. 색정증에 걸린 듯한 바비 인형이라니, 바비 인형의 어떤 상징성을 크게 동요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아직 어린 소년의 성적 환상이 소녀들의 환타지인 바비 인형을 통해 구현하게 된다는 설정의 그로테스크함이라니...
A. M. 홈스 / 이수현 역 / 사물의 안전성 (The Safety of Objects) / 문학동네 / 231쪽 / 2010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