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커진 가슴, 아니아니 그녀의 확장된 사랑 연기를 기대하게 되느니.
“앞으로 더 커질 거야.”
뭐야,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이 소녀... 자신만의 독특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만든 기이하게 사랑스러운 영화다. 특히 카라 헤이워드가 분한 수지 캐릭터가 돋보인다. 물론 훌륭하게 이를 소화해낸 어린 배우의 공이 크다. 주변인들의 시선에 절대 꿀리지 않는 도도하고 까칠한 어린 눈빛으로도, 샘과의 순진무구한 사랑을 어렵지 않게 표현해내고 있으니 그저 흐뭇할 따름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가슴을 만질 것을 허하면서 무표정하게 던지는 저 ‘앞으로 더 커질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과 같은 곳에서...
“그것은 내가 사물들을 더 가깝게 보도록 도와줘. 비록 사물들이 매우 멀리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는 한 외딴 섬에서 펼쳐지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엄격한 규율을 자랑하는 스카우트 캠프를 도망친 샘은 어린 나이로서는 힘든 여정을 거쳐 섬 반대편에 있는 수지와 만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일년 전 교회에서 <노아의 홍수>를 공연할 당시 눈이 맞았고, 이후 편지를 주고 받으며 바로 이 날을 기다려 왔다. 그러니까 자신들을 따돌리는 캠프의 다른 소년들로부터 떠나기로 한 샘의 날, 그리고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떠나기로 한 수지의 날...
야영에 필요한 물품이 가득한 배낭을 지고 있는 샘과 환상 소설들과 라디오, 그리고 고양이를 데리고 온 수지는 이제 사랑의 도피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추적 또한 시작된다. 스카우트 대장인 랜디에 의해 구성된 스카우트 추적대, 섬의 치안을 담당하는 샤프 소장, 그리고 수지의 부모인 월트 비숍과 로라 비숍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랑을 추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너를 사랑해. 그래서 나도 너처럼 고아이고 싶어.”
“나도 너를 사랑해. 그런데 방금 니 말은 헛소리야.”
부모를 잃은 이후 위탁 가정을 떠돌며 문제아로 낙인 찍힌 샘이나 그저 무감각한 부부생활을 할 뿐인 부모를 두었고 아이들과의 트러블이 끊이지 않는 수지는 작은 마찰을 겪지만 결국 자신들을 쫓는 이들을 어렵사리 따돌리고, 이제 자신들이 그리는 한 장소, 그러니까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사람은 프렌치 키스의 신세계를 경험하며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이들이 깨어났을 때 둘을 기다리는 것은 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어른들이다.
영화를 보자면 위선으로 가득한 점잖 빼는 어른들의 사랑과 비교하여 (샤프 소장과 로라 비숍이 담배를 나눠 피며 나누는 사랑이라고나 할까...)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하지만 직설적인 샘과 수지의 사랑이 훨씬 낫다. 그러니 다른 스카우트 대원들은 감화되어 이들의 사랑의 도피를 돕고, 자신의 사랑을 더 이상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는 샤프 소장 또한 나중에는 결국 샘을 떠맡을 작정을 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원색 창연하며, 현대적인 초현실주의 화풍으로 가득한 화면은 이들의 무구한 사랑을 그로테크스하게 표현하니 그 자체로도 역설적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신데렐라 류 라기 보다는 앨리스 류 라고 해야 할까. 우리들이 잃어버린 무엇이 아니라 우리들이 얻은 적도 없었던 어떤 동화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 이 영화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려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무언가를 발굴해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건 그렇고 이 쟁쟁한 출연진들의 면면이라니...)
문라이즈 킹덤 (Moonrise Kingdom) / 웨스 앤더슨 감독, 자레드 길만, 카라 헤이워드, 브루스 윌리스, 에드워드 노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빌 머레이, 하비 케이틀 출연 / 94분 / 2013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