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비포 미드나잇>

그녀의 쳐진 젖가슴조차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

by 우주에부는바람

9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진행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그리고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에 의해 벌어진 리얼 연애 스토리의 완결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주인공인 셀린느와 제시가 이십여년의 시간 동안 나눈, 생활 밀착형이어서 진솔하고, 그렇지만 낭만이 가득하였고, 더불어 우디 앨런도 울고 갈 수다로 중무장한 사랑의 여정이 이렇게 일단락을 짓는 것인가 싶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너무나 아쉬울 거야, 라고 홀로 한탄하게 만드는 이 끈끈한 연대 의식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비포 미드나잇>에 앞선 두 영화 그러니까 <비포 선라이즈>는 셀린느와 제시가 20대이던 1995년 기차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비엔나에서의 하룻밤을 끝으로 영영 무소식일 것 같았던 이들의 사랑은 그로부터 9년 후인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비포 선셋>으로 다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9년이 흐른 지금 <비포 미드나잇>에서 셀린느와 제시는 결혼을 하였고 무려 귀엽기 짝이 없는 쌍둥이 딸을 둔 부부로 등장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게 실제야.”



낭만이 가득하였던 전편과 비교한다면 <비포 미드나잇>의 두 사람은 이제 완벽한 생활인이 되어 있다. 어느 정도 소설가로서 자리를 잡은 제시는 전처와의 사이에 두었던 고등학교 아들의 양육 문제가 자꾸 마음에 걸리고, 셀린느는 환경 운동가로서 자신의 활동과 관련하여 목하 고민 중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 문학가의 초청으로 그리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오늘 기차에서 처음 봐도 내가 매력 있을까?” - 셀린느


그리고 이제 휴가의 마지막, 함께 휴가를 즐겼던 다른 소설가 내외의 선물로 두 사람은 멋진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한다. 그리스의 바닷가와 시골길을 걸으며 두 사람이 나누는 위의 대화로만 보자면 두 사람의 사랑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투정을 부리는 듯한 셀린느의 질문을 소설가의 여유로 능글맞게 돌파해내는 두 사람은 이제 두 딸마저 떼어 놓고 호텔방에서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질 작정이다.



“중요한 건 내가 기차에서 말을 걸었단 거야. 내가 한 일 중 제일 잘 한 짓이지.” - 제시


하지만 어느 순간 결려온 전처 소생 아들의 전화를 받은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한 바탕 설전이 벌어지게 된다. 셀린느는 그간의 자신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시는 그것이 자신이 탓이냐며 받아친다. 셀리느는 제시의 과거를 캐묻기 시작하고, 제시 또한 셀린느의 과거에 대해 공격한다. 그리고 셀린느는 몇 차례나 호텔방을 나섰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벗어 놓았던 팬티를 가방에 구겨 넣으며 나가 버린다.


“욕하고 징징대는 에너지의 8분의 1만 자신을 위해 써봐.”



그리고 이제 방에 홀로 남겨졌던 제시는 결국 밖으로 나와 부두에 홀로 앉아 있던 셀린느의 곁에 다가간다. 그리고 오십여년 후의 셀린느가 보내는 편지라며 소설가다운 설정 속에서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여인 줄리 델피는 (마지막까지 한 번 더 발끈하는 성의를 보이고 나서), 져줄만한 일에서는 져주는 것이 결국 이기는 길이라는 것을 아는 여인 줄리 델피는 백치 미인의 애교로 남편을 품어 준다.


낭만과 생활을 이처럼 공존시킬 수 있는 영화가 있을까. 배우의 사랑과 관객의 사랑이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함께 걸을 수 있는 영화가 있었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처럼 사랑스러운 사십대 줄리 델피가 현존할 수 있겠는가. (아, 고백하자면 그녀의 처진 작은 가슴조차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른 아침, 세상의 모든 고단함을 이고지고 들어섰던 영화관에서 그녀를 통하여 힐링할 수 있었다고 고백해야겠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9년 후 그들은 그리고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사랑하고 있을 것인가...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출연 / 108분 / 20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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