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고 모든 이야기는 로마와 함께 하나니...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더니 (영화의 오프닝 장면은 복잡한 길 위에서 시작되며 그곳을 정리하는 교통 경찰과 사고가 일어나는 소리가 포함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를 조율하고자 하는 우디 앨런이 교통 경찰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를 벗어나는 이야기는 그의 영화가 아닐까) 모든 이야기도 로마로 통하나보다. 스페인에서의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파리에서의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가적 낭만을 지나 로마에 당도한 우디 앨런은 동시에 네 개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수다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유명 건축가인 존과 젊은 건축학도 잭의 만남으로 성사된다. 오래 전 자신이 살았던 장소를 찾던 존은 우연히 현재 그곳에서 살고 있는 잭을 따라 그 집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젊은 열정으로 가득한 잭이 갑자기 찾아온 현재의 애인의 절친에게 마음을 두는 것을 보며 훈수를 두는 것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끼어들기로 점철된 우디 앨런 식 참견 수다를 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알렉 볼드윈의 거구가 자꾸 웃음 나오게 만든다. 늙은이의 주책으로 봐야 할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애 사용 설명서로 봐야 할지는 각자가 알아서...
또 다른 이야기는 어느 날 벼락 스타가 되어버린 로베르토 베니니의 이야기이다. (감독과 배우를 겸하는 로베르토 베니니는 내가 가장 아끼는 코미디언이자 그야말로 웃픈 영화 만들기의 달인이다. 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코미디 영화 <미스터 몬스터>를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지금이 바로 그의 영화 <미스터 몬스터>를 다시 봐야 할 때이다.) 자신이 왜 유명해진 것인지도 모른 체 언론의 지독한 관심 그리고 주변의 환호를 감내하는 베니니의 어설픈 연기가 일품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모든 관심이 사라진 다음, 자신을 알아봐 달라 절규하는 모습은 우리들 안의 공명심을 조준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로마로 신혼 여행을 온 안토니오와 밀리의 이야기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밀리가 미용실을 찾으러 나간 사이 안토니오는 콜걸 안나의 느닷없는 방문에 당황하지만 일은 더 꼬여 그 안나와 부부 행세를 하게 되고, 밀리 또한 우연히 영화 촬영장에서 만난 남성 배우의 호텔 방까지 따라 가게 된다. 이제 막 시작하는 순진무구한 신랑 신부에게 들이닥친 좌충우돌의 상황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흥미진진하다. 어쨌든 이런 우여곡절이 두 사람을 새로운 방향으로 단련시킨 것으로 결론이 나는데, 과연 그럴까 싶기도 하다.
마지막 이야기는 우디 앨런이 직접 출연한 에피소드로 은퇴한 오페라 감독인 우디 앨런, 그러니까 제리가 예비 사돈 미켈란젤로의 숨겨진 성악 재능을 발견한다는 설정이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미국인 처녀와 이탈리아 청년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이 괴짜 노장 우디 앨런은 샤워를 하면서는 모두 가수다, 라는 일상의 소소한 소스로부터 뽑은 이 이야기를 오페라 전체를 샤워하면서 부르는 가수로 승화시켜내니 어찌 사랑스러운 이야기꾼으로 치하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차례차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저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계속해서 점핑을 하며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불편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으니 각각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소소한 재미들 때문일 것이다. 삶에 대한 노장의 거창한 통찰을 기대한다면 이건 아니 옳소이다, 하겠지만 우리들 삶의 구석구석에 박혀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능청스럽게 바라보는 시간 갖고 싶다면 제격이다.
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 우디 앨런 감독 / 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페넬레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 우디 앨런, 알리슨 필, 그레타 거윅 출연 / 111분 / 2013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