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티노가 약자에게 총이나 칼을 쥐어주는 방식...
서부로 넘어온 <킬 빌> 같다고나 할까... 어쨌든 상식적으로는 약자인 여자에게 검을 쥐어주고 마음껏 휘두르게 하였던 <킬 빌>과 노예 제도 하에서의 흑인에게 총을 쥐어주고 마음껏 쏘도록 만드는 <장고>는 여러모로 닮아 있다. 물론 <장고>에는 조력자인 닥터 킹이 장고를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말이다. 가감 없이 피가 튀기는 장면을 삽입한다거나 절묘한 편집술과 함께 묘한 여운을 주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도 그렇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타란티노답다. 타란티노를 가장 타란티노식으로 만드는 것은 전형적인 캐릭터를 비트는 것일진대, 현상금 사냥꾼인 닥터 킹을 정의롭고도 유머러스한 인물로 그리는 것이 바로 타란티노식 캐릭터 비틀기의 전형이 아닐는지. 덧붙여 장고와 같은 인물을 천재적인 사격술을 지닌 총잡이로 그림으로써, 계급적으로도 계층적으로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인물을 느닷없이 (B급 무비적 발상이라고나 할까) 발군의 강자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그렇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디카프리오나 사무엘 잭슨을 비열한 인물로 묘사하는 것 또한 그들의 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묘하게 역한 쾌감을 준다고나 할까...)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노예제에 대한 타란티노의 생각 운운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과 비교를 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것은 오버라고 봐야 할 터...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타란티노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분명 낮고 비루한 계층이었던 흑인들을 향하여 자신의 방식으로 (비록 영화적으로나마) 에너지를 부여하고, 이를 폭발시키도록 장치할 뿐이다. (머리에 뒤집어쓰는 보자기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KKK단이나 장고에게 속아 넘어가는 노예 운반인들은 그저 타란티노식 비아냥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스토리는 아주 간단하다. 사랑하는 여자와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팔려가던 장고는 현상금 사냥꾼 닥터 킹에게 스카웃이 되고 (처음에는 수배범의 얼굴을 안다는 이유로, 그리고 다음에는 천부적인 재능에 힘입어), 이어서 다른 곳으로 팔려간 자신의 아내를 찾아간다. 닥터 킹과 함께 시나리오를 짜서 아내를 구출하려는 찰나, 대농장 캔디랜드의 집사인 흑인 스티븐에게 발각되고 결국 또다시 어딘가로 팔려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노예를 운반하는 어리숙한 (타란티노를 포함하여) 백인들을 속이고 (타란티노는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폭사) 다시 돌아와 농장의 백인들을 마음껏 죽이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여정에 오른다, 는...
이처럼 초간단한 스토리 라인에 개에게 먹히는 노예 장면이나 만딩고 싸움 장면 그리고 머리를 향하여 발사되는 총처럼 타란티노의 전매특허인 B급 무비향 폭력 장면이 절반쯤, 그리고 마을 보안관을 먼저 불러오고 연방 보안관을 그 다음에 불러와야 한다고 말하고 그 이유가 뒤에 밝혀지는 식의 타란티노식 유머가 절반쯤 섞여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불필요한 사색이나 부연 설명은 에누리 없이 잘라내고 딱 타란티노를 즐기는 관객이 필요로 하는 것만을 남겨 놓은 영화가 아닐는지...
물론 마지막 장고가 광산으로 끌려가다가 바보 같은 노예 운반인들을 속이고 돌아와 복수를 완성한다는 설정 같은 것은 좀 너무하다 싶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러한 실소 머금게 만드는 설정 또한 타란티노 영화의 한 요소로 본다면 뭐... 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으니 아직까지는, 타란티노의 (비록 이미 전형화된 듯 하지만) 타란티노 스타일이 유효하다고나 할까...
장고: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 왈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무엘 잭슨 출연 / 165분 / 2013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