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카미 히로미의 책을 이미 세 권 읽었다.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 〈나카노네 고만물상〉, 〈사랑스러워〉가 그것들이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이 작가 대중적인 듯하지만 어딘가 묘하다, 라고 여겼다. 아쿠타가와 수상작인 <뱀을 밟다>를 비롯해 세 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린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 (내가 읽은 세 개의 책) 이전에는 훨씬 더 묘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괴기스러운 존재나 상황을 동화적인 감성으로 그려내는 것이 마치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류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닮아 있기도 하다. (역자 또한 옮긴이의 말에서 이를 살짝 거론한다) 지은이의 말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창작관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최근의 글은 많이 현실적이게 되었다, 라고 여겨지지만...)
“무언가를 쓰는 일은 매우 좋아하면서도 실제로 있었던 일을 쓰려고 하면 손이 얼어붙어 버리곤 합니다... 정말 있었던 일이 아닌 것,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상상하던 일이라면 얼마든지 술술 나옵니다만…….” (p. 175)
「뱀을 밟다」.
“밟고 나서야 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뱀은 부드러웠고 밟아도 밟아도 끝이 없는 느낌이었다... 밟히면 끝이죠... 뱀은 말하더니 물컹하니 녹아내렸다... 밟혔으니 어쩔 수 없네요... 이번에는 인간의 목소리로 말하더니, 내가 사는 집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p.10)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문장이 이어진다. 마치 사람이 뱀으로 변하는 일쯤 어디서나 흔하게 있는 일이잖아? 라는 투다. 이를 의아해하면 오히려 그 사람이 무안해질 수도 있는 그런 서술 방식이다. “뱀이 온 지 두 주가 지났을 때, 가나카나 당에서는 재고 조사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가나카나 당에서는 봄가을로 재고를 조사한다... 철도목 마노형 10, 본수정 한 줄짜리 7, 호무목 12, 이런 식으로...” (p.34)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뱀이 온 것과는 무관하게 일상은 계속 굴러가는 것이다. 고스카 씨, 니시코 씨와 함께 가나카나 당이라는 불교 관련 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일을 하는 사나다 씨는 그렇게 뱀을 밟았고, 그렇게 밟힌 뱀은 어쩔 수 없이 사나다 씨의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그렇다고 그로 인해 일상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정도... 뱀을 밟았고, 그 뱀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나의 생활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뱀의 세계로 오라는 뱀의 꾀임에 빠지지도 않는다. 사나다 씨는 그런 사람이다.
「사라지다」.
어느 날 결혼을 앞둔 큰 오빠가 사라졌다. 하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 가족에게 가족이 사라지는 일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증조 할머니도 1년 동안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큰 오빠가 사라지기 전에는 조상들의 영이 깃들어 있는 항아리인 고시키가 사라졌다. 오히려 가족들은 고시키가 사라졌을 때에는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히로코 씨는 사라진 큰 오빠 대신 작은 오빠와 밀어를 주고 받는다. 결국 사라진 큰 오빠 대신 작은 오빠가 히로코 씨와 결혼을 한다. 그런데 이 히로코 씨는 시집을 온 이후 점점 작아진다. 그렇게 작아지다가 결국 다시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거즈를 깐 유리 그릇에 실려서 갔다. 하지만 뭐 대단한 일은 아니다. 히로코 씨 집안은 종종 줄어든다, 우리 집안 사람들이 종종 사라지는 것처럼... 그저 집안의 풍습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어느 날 밤 이야기」.
“등이 가렵다 했더니 밤[夜]이 약간 파먹어 들어온 것이었다... 아직 황혼 무렵이지만 등 쪽에 어둠이 몰려든 모양인지, 밀도가 높아진 그 어둠 덩어리가 등에 들러붙으면서 그 들러 붙은 부위의 일부를 파먹은 것이다.” (p.109) 하룻밤, 황혼 무렵에서 동이 틀 때까지라는 시간의 설정 하에서, 작가는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니 거짓말을 중구난방으로 늘어 놓고 있다. 모두 열 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와 소녀가 사이사이 등장하지만, 대체로는 그저 밤으로부터 연상된 작가의 상상력이 자유기술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