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열 한 명의 저자가 살펴보는...
열한 명의 저자가 따로 또 같이 작성한 11개의 글로 이루어진 창의성 관련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각각의 글은 ‘포용력’, ‘섬세함’, ‘패러독스 혹은 야누스’, ‘고마움의 창출’, ‘만남’, ‘다르게 보기’, ‘소통 혹은 의도’, ‘무소유 혹은 몰입’, ‘사회적 조건’, ‘창조적 문화’, ‘불완전함’을 키워드로 하고 있는데, 이 모두가 창의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한데 모아져 있는 모양새다.
“관심과 관찰이 창의적 역량의 기초 요소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창의적 표현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창의라는 것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을 ‘표현’하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자세히 부연하여 보자면 ‘관심과 관찰을 기초로 한 사랑이 분발시키는 창의성’, ‘섬세함을 통하여 발굴되는 창의성’, ‘야누스와 같이 확산과 수렴의 두 얼굴을 갖는 창의성’, ‘고마움을 창출해내는 작업으로서의 창의성’,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등의 만남으로 만들어지는 창의성’, ‘삐딱하게 봄으로써 보이게 되는 창의성’,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을 때 키워지는 창의성’, ‘소유 보다는 무소유와 더 이웃하고 있는 창의성’, ‘사회적 조건들과 함께 해야 무르익게 되는 창의성’, ‘창의성을 창의성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여러 기반들’, ‘불완전한 인간 누구나가 개발할 수 있는 본성인 창의성’ 이라는 열 한 가지의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 살려 있다.
“인간의 창의성이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질적 요소들을 연관시키고 통합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창의성이라는 개념은 기존에도 있어온 인간의 속성이지만 현대에 이르러서야 주목을 받게 된 속성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동물 보다 높은 지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어떤 성과물들은 설명하기 위하여 필요하였던 것이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후 이러한 창의성은 현재의 문명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들기 위한 추동력으로 인정받아 오고 있다.
“... 창의성은 사유, 표현, 소통을 통해 키워지고 변화하는 유기체이다.”
분량도 작고 읽기에도 편한 논문 쯤으로 여길 수도 있는 열 한 개의 글들이 모두 실한 글인 것은 아니다. 어떤 글은 쓰다 만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창의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한 자리에서 서머리 된 형태로 읽는 것은 나쁘지 않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나면 그렇게 하나로 창의성을 정리하는 작업이야말로 독자들을 창의성과 멀찌감치 떨어뜨려놓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황준욱, 유승호, 김윤태, 이상민, 이병민, 이수영, 이장혁, 김형진, 엄명용, 이수희, 김미현 / 창의성에 관한 11가지 생각 / 고려대학교출판부 / 263쪽 / 2009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