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풍그덴과 초개들이 던져 놓은 미증유의 혁명 원석을 어떻게 다듬어야
풍자와 해학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종광의 장편 소설이다. 완벽하게 논픽션의 세계와 동떨어져 있는 픽션의 세계를 만들고, 그 픽션의 세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재주가 출중한데, 그의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율려국이 바로 그렇다. 그러던 것이 이번 소설에서는 아예 인간이 아닌 개를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모양새다.
“뻔뻔하고도 거창하게 말하자면 ‘개와 인간의 얽히고설키는 우화 판타지’로서 인간의 허위와 이율배반 행동 양태에 대한 유쾌한 탐구, 이념과 대중의 일상적 파시즘에 대한 풍자적 고찰, 사이버 세계에 대한 예리한 농담 등으로 읽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겸손하게 말하자면, 시끄러운 똥개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나섰다가 끝내는 절망하는 이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결론만 놓고 보자면 또 다른 픽션의 세계가 작가의 특기인 풍자와 해학을 얼마나 견고하게 만들었는가에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니 작가 자신도 작가의 말을 통하여 은연 중에 스스로를 변명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우화라면 무엇에 대한 우화인지가 명확해야 하는데 그것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이다. 어쩌면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그리고 웹진에 연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작가 스스로 제 풍자와 해학의 칼날이 향해야 할 정확한 지점을 헷갈리고 만 것인지도 모르겠다.
“풍그덴이 가는 곳마다 그 지역의 두목급들은 결딴이 났다. 까마귀산의 사대강은 뒷다리 오른쪽이 부러졌고, 수산고의 성추행은 왼쪽 귀가 잘려나갔고, 갯벌마을의 떡검찰은 엉덩이뼈가 내려앉았으며 호구산의 수정세는 아랫배에 인간 손바닥만한 흉터가 생겼고, 항구의 천안햄은 왼쪽 눈알을 실명했고, 화력발전소가 있는 은포리의 꽃짐승은 도망치다가 감전사했고, 감포리의 고문경은 목덜미를 뜯겨 피를 한 사발이나 흘렸다.”
처음 등장하는 바닷가 별장의 소유주가 거물급 여성 정치인인 신천추의 최측근인 조왕렬이라는 설정 그리고 이후 풍산개와 그레이트데인 사이에서 태어난 풍그덴의 최초의 활약상을 접하며 어떤 정치적인 은유로 읽어야 할 소설인가 싶었지만 이후의 진행은 어딘가 좀 난삽하다. 풍그덴이 낳은 초개 중의 초개인 혁명이와 혁명이를 가르치는 나이든 초개 빡사, 그리고 이들과 인간 사이의 연결 고리가 되고 있는 조왕렬의 딸 해해 등 등장인물 그리고 등장하는 개가 너무 많다는 점도 소설의 진행을 난삽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풍그덴의 활약 그리고 초개들의 회의 장면 등을 보면 수호지의 ‘개’ 버전인가도 싶다.)
“... 우리 개인공세의 목표는 두 가지 방향으로 좁혀진 것 같다. 하나는 애완견과 우리 똥개들의 무차별, 모든 개의 천연기념물 지정 등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주장하자는 의견이다. 이것이 온건론이라 할 수 있겠고 도시 거주 위원들이 주장했다. 또 하나는 무력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우리 개들만의 낙원을 건설하자는 주장이다. 이것은 시골 거주 위원들께서 주장했다.”
게다가 풍그덴이 지원하고 초개가 주장하며 이루고자 하는, 그러니까 개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인 개인공세의 목표인 ‘애완견과 똥개들의 무차별’ 그리고 ‘모든 개의 천연기념물 지정’ 이라는 설정도 어딘가 다듬어져 있지 않다. 잘 다듬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원석이 아니라 무엇이라고 명명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저 미증유의 원석일 따름인 개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답답해지는 것이다.
개의 시선을 투과하여 살피는 비열한 인간 세상? 인간의 인간 아닌 것에 대한 몰이해에 대한 비판? 인간의 암투와 개의 암투를 통해서 견고화시킨 염세주의?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꼬집어 말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이 모두가 의도였다고 해도 말이 되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초점만 잘 맞췄다면 현실 사회를 활활 태울 에너지를 모을 수 있었으리라 여겨지는데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광이 성석제의 뒤를 잇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단숨에 재미있게 읽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김종광 / 똥개 행진곡 / 뿔 (웅진문학에디션) / 316쪽 / 2012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