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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Sep 05. 2024

애덤 엘리어트 감독 <메리와 맥스>

실화인 것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메리와 맥스 같은 친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들어진 클레이애니메이션이다. 아트만 스튜디오의 그것들보다 살짝 수위가(?) 높게 표현되어 있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 안에 녹아 있는 감성의 정도는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표현의 한계를 가질 필요 없는 애니메이션 안에서 보여지는 상상력이나 유머들은 현대인들이 갖지 못하고 있는 진정성 있는 관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 유효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감독이 직접 경험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애니메이션의 골격이 되는 것은 오스트레일리아의 8살 소녀와 뉴욕에 살고 있는 44살 남성의 우정이다. 공장 노동자이면서 새 박제만을 취미로 하는 아빠와 알콜중독자에 도벽이 있는 엄마, 그리고 맥주에서 아이가 나온다고 알려주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얼굴에 있는 반점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는 메리 데이지 딩클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뉴욕의 맥스 제리 호로비츠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그런데 하필 메리의 편지를 받은 뉴욕에 살고 있는 맥스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이다. 자신이 개발한 초콜릿 핫도그를 먹으면서 헨리 8세라는 이름의 물고기(물론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하고, 새로 물고기를 들여오면 그 물고기의 이름은 헨리 9세가 된다)를 키우고, 앵무새과 고양이 등과 동거를 하는 44살의 사내 맥스는 갑작스레 날아온 편지에 상당히 놀라지만 18시간 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고민을 한 끝에 답장을 보낸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거나 소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불해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은 노블렛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메리의 도발적인 질문들, 특히 사랑과 관련한 질문들에 놀란 맥스는 그만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그들의 연락은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멈추게 된다. 하지만 정신병원에서 나온 후 맥스는 다시금 메리에게 편지를 보내고 이들의 이러한 편지 왕래는 맥스가 복권에 당첨된 이후에도 (맥스는 당첨금 중 자신의 세 가지 소원 중 모든 노블렛 미니어처를 갖는 것과 평생 먹을 초콜릿을 사는 것에 이외에 남은 돈은 옆집 아줌마에게 줘버린다), 메리가 대학에 진학하고 어린시절부터 짝사랑하던 데미안과 결혼을 한 이후까지도 지속된다.


  그리고 이 편지 왕래는 메리가 맥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정신병과 관련한 논문을 쓰고 이를 출판하면서 멈추게 된다. 맥스는 자신의 허락 없이 쓰여진 책이 출간된 것에 큰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메리 또한 이러한 맥스의 반응에 놀라서 큰 좌절을 겪게 된다. 결혼 생활은 끝이 나고 자신이 그렇게 두려워하던 알콜중독자인 엄마를 닮아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메리가 죽음을 선택하려는 순간 도착한 멕스의 편지 그리고 노블렛 미니어처의 온전한 세트는 메리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하는 역할을 한다. 



  “내가 널 용서하는 이유는 넌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야. 넌 불완전해. 나도 그렇고. 모든 인간은 불완전해. 결점들도 우리의 일부분이고 우리는 그걸 안고 살아야 해. 하지만 우리는 친구는 선택할 수 있어.”


  단순하고 논리정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탓에 이 세상을 혼란스러운 것으로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이해할 수 없으며, 표정을 보여주는 책이 없으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맥스였지만 노블렛 미니어처 그리고 초콜릿과 함께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세 가지 소원 중 하나인 친구, 바로 그 친구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인물인 메리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의 인생길은 포장되어 있지만 누군가의 길엔 갈라진 곳도 있고 바나나껍질도 있고 담배꽁초도 있는 거지. 네 인생길은 내 것과 같아. 하지만 나만큼 갈라진 곳은 많이 없어. 다행히도 어느 날 우리의 인생길이 서로 만날 때가 있다면 우린 연유캔 하나를 서로 나눠먹을 수 있겠지. 넌 나의 최고의 친구야, 나의 유일한 친구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애니메이션이다. 나약한 존재였지만 그렇기에 다른 사람보다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서로가 있었기에 미약하나마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던 두 사람, 8살과 44살이라는 나이의 차이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욕이라는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관계들보다도 합일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이 우리를 따뜻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뉴욕이라는 공간과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공간을 흑백과 컬러로 구분하고, 적재적소에 적당한 음악을 삽입함으로써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며,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을 씀으로써 상상력을 극대화시키고 유머를 던져주는 형식 또한 클레이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있으니 명불허전이다.



메리와 맥스 (Mary And Max) / 애덤 엘리어트 / 토니 콜렛,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배리 험프리즈, 에릭 바나 목소리 출연 / 92분 / 20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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