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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30. 2024

요코미조 세이시 《이누가미 일족》

찐득하고 왜곡된 혈연 관계의 어두운 구석...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의 본격파 추리소설 작가이다. 정교한 플롯과 논리적인 추론을 중시하는 본격파 추리소설의 작가로는 영국의 애거사 크리스티나 아서 코난 도일, 일본의 에도가와 란포 등을 꼽을 수 있다. 본격파 추리소설은 이외에도 추리 과정의 투명성, 독자를 놀라게 하는 반전이나 예상치 못한 전개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탐정이나 수사관을 특징으로 한다. 


  “노노미야 다마요가 지금부터 3개월 이내에 사망할 거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누가미 가문의 모든 사업 모든 재산의 진짜 상속자는 그녀의 결정 하나에 달려 있는 것이다. 즉, 스케키요, 스케타케, 스케토모의 운명은 그녀에게 달린 것이다.” (p.80)


  요코미조 세이시를 읽은 이라면 그의 소설이 이와 같은 본격파 추리소설의 특징을 정확히 구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의 시작에 앞서 스물 네 명의 등장 인물이 소개되고 있어 살짝 놀라게 되지만 이들이 있어 조금은 복잡한 플롯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많은 수의 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추리의 동선이 꼬이거나 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 아오누마 시즈마가 죽을 경우에 스케키요를 비롯한 세 사람은 아무 특전도 받을 수 없지만, 그 반대로 스케키요 이하 세 사람 중 누가 사망해도 그 몫은 아오누마 시즈마의 품으로 굴러 들어 가게 되는 것이다. 만약 노노미야 다마요를 포함해 사촌 세 사람이 전원 죽었을 때는 이누가미 가문의 모든 사업과 재산은 모조리 아오누마 시즈마라는 알 수 없는 인물의 수중에 돌알가게 되는 것이다... 즉 이 유언장에 의하면, 이누가미 가문의 모든 사업과 재산은 처음에는 노노미야 다마요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아오누마 시즈마에게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p.81)


  이야기는 이누가미 재벌의 창시자인 사헤 옹이 죽으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사건은 그가 남긴 유서에서 비롯된다. 죽은 사헤 옹은 세 명의 딸이 있고 그 딸들에게 한 명씩의 아들이 있었지만 자신의 재산을 장손에게 물려주는 상식적인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은인인 노노미야 가문의 손녀인 다마요 그리고 생사를 알 수 없는 사생아인 아오누마 시즈마에게 복잡한 방식으로 자신의 재산의 많은 부분이 돌아가도록 유서를 작성하였다. 


  “아, 당신들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무서운 여자구나. 이대로 끝나면 하나님은 못 본 체 하시겠지. 좋아, 하느님은 못 본 체 하셔도 나는 이대로 끝내지 않아. 언젠가 이 보답을 해 주겠어. 요키, 고토, 기쿠······ 호호호호호, 요키고토기쿠(좋은 소식을 듣는다)라고. 아니, 아니, 언제까지나 당신들이 좋은 소식만 듣게 두지는 않을 거야...” (p.297)


  다마요를 통해서만 자신의 손자들에게 재산이 넘어가고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오누마 시즈마에게 이득을 보도록 해놓은 유서가 공개된 이후 본격적인 살인 사건이 시작된다. 사헤 옹의 스케타케, 스케토모, 스케키요가 차례대로 살해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그들 곁에 도착해 있던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선다. 그는 때때로 의아해하지만 결국 보기 좋게 사건을 해결한다. 


  “... 이 사건에서 진범은 조금도 기교를 부리지 않았던 겁니다. 그걸 두 사람의 공범자, 사후 공범자들이 나중에 기교를 부린 거죠. 거기에 사건의 흥미로움과 어려움이 있었던 거구요.” (p.425)


  장르 소설 작가인 동료의 추천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 몇 권을 구매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이누가미 일족》의 사건 전개와 그 해결 과정에 크게 동요되지는 않았다.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미 요코미조 세이시의 탐정으로 몇 편의 소설에 등장하였는데, 내게는 《이누가미 일족》이 처음이어서 그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모자라다, 느껴졌다. 찐득하고 왜곡되어 있고 복잡한 혈연 관계의 어두운 측면은 실컷 들여다 볼 수 있었지만...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역 / 이누가미 일족 (犬神家の 一族) / 시공사 / 442쪽 / 2008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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