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달콤한 작은 거짓말》

가치판단이 배제된 채, 그저 무미건조하게 기술되어서 더욱 섬찟한...

by 우주에부는바람

“스물다섯에 결혼했다. 3년 전이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이른 축에 속했고 잘 생각하라며 충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토시가 결혼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그녀의 열정에는 가끔 질릴 때가 있다... 루리코는 사토시보다 두 살이 많아 올해 서른인데, 나이보다는 조금 들어 보인다. 천진함 대신 사려 깊은 면모가 몸에 밴 듯한 여자...”


여기 결혼 3년차 부부가 있다. 비행기에서 만나 남자 사토시가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였고, 두 살 많은 여자 루미코는 결국 결혼을 허락하였다. 여자는 테디 베어를 만드는 작가이여 남자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두 사람은 친구 관계가 넓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자는 업무 이외에 사적인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세 명 정도, 남자 또한 대학 때 스키부 친구들이 있지만 친구라고 부르기 남세스러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대시를 한 것은 사토시이지만, 현재는 그 관계가 역전이 되어 있다. 테디 베어 작가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루미코이지만 그녀는 사랑에 목말라 있다.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렸다가 자신의 하루를 집요하게 설명하며 건성으로나마 남편의 하루를 들으려고 하는 것도, 집으로 돌아오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채 게임 삼매경에 빠지는 남편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여 간식을 가져다 나르는 것도 루미코이다.


“문득 깨달았다. 사랑이 아니라 굶주림이다.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게임을 하는 남편 옆에 붙어 앉아 있는 것도... 깨닫고 보니 정말 온전히 납득이 간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사토시에게 굶주려 있다...”


그리고 이제 (작가의 불친절함 탓에) 합당한 균열의 이유가 설명되고 있지 않아서 더욱 차갑고 삭막해 보이는 이들 부부에게 (판에 박은 듯한) 새로운 인물들의 접근이 시작된다. 여자 친구가 맘에 들어하는 베어를 사주기 위하여 루미코를 만났던 쓰가와 하루오는 이제 루미코와 이틀에 한 번 만나 섹스하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사토시 또한 과거 스키부 시절 자신을 흠모하였던 귀여운 후배 미우라 시호와 잠깐의 점심 시간 데이트 동안 러브 호텔을 찾는 사이가 되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은 이 부부의 균열의 틈새를 파고든 불륜이라는 형식이 그 균열의 틈을 더욱 벌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루미코는 하루오를 사랑하는 것 같지만 언제나 그보다는 남편이 우선이다. 사토시 또한 시호에게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헤어지고 돌아가면 아내를 안아 주고 싶어진다. 그렇게 루미코와 사토시는 서로를 향한 거짓말에 조금씩 길들여져 가는 중이다.


“...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조금은 억지스러운 설정이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었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소설 속의 거짓말이 그러한 축에 속한다고 볼 수도 없고, 또한 그것이 달콤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도 아니다. 오히려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로 분류할 수 없는 남녀 관계에 대하여, 이처럼 잔인할 정도로 무미건조하게, 마치 보고서라도 작성하듯 기술하는 작가의 방식이 섬찟하게 느껴졌다. 말랑말랑하지 않은 에쿠니 가오리이다.



에쿠니 가오리 / 신유희 역 / 달콤한 작은 거짓말 (スイ-トリトルライズ) / 소담출판사 / 228쪽 / 20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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