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감옥같은 실험 조건 속으로 내몰면서도 즐겁기 그지 없는 이 남자
남성잡지인 <에스콰이어>의 편집자이면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에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인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대상으로 삼은 9가지의 실험을 정리 해놓은 글이다. 그는 이 책 이전 성경의 말씀에 나온 계율들을 철저히 분석한 후 그것을 실천하면서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 본 1년>이라는 책을 냈고, 그 이전에는 추락하는 지성을 회복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보겠다며 브리태니커 사전을 A에서부터 Z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은 후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라는 책을 썼는데, 이번 책은 이러한 일련의 무모한 실험 정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는 모두 아홉 편의 인생 실험이 실려 있는데 그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온라인에서 아름다운 여성인 척하며 보모의 남자 친구를 찾는 인터넷 데이트 실험,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며 생할하는 실험, 획기적으로 정직함을 실천하는 실험, 스타가 되어 240분 동안 살아보는 실험, 편견과 오류를 몰아내고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실험, 누드모델이 되어 보는 실험, 조지 워싱턴이 제시한 원칙을 지키며 살아보는 실험,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실험, 한 달 동안 아내가 되어 아내의 지시에 따라 생활해보는 실험...
“... 내 담당 편집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우리가 조만간 ‘획기적인 정직’이 실현된 세상에서 살게 되리라는 말로 마무리를 하려 한다. 그게 더 나은 건지, 더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삶의 면면이 트위터로 공개되고 인공위성으로 찍히며 소형 몰래 카메라로 포착된다면 비밀을 유지하기란 힘들어진다. 머지않아 진실이 판치게 되리라.”
어찌보면 장난과도 같은 실험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여러 가지 실험의 제안을 받지만 그것들을 열심히 선별하고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에 한하여 신중한 준비 과정을 거쳐서 실험에 돌입한다. 그리고 언제나 실험의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실험의 조건으로 십분 활용한다. 그리고 그는 그 실험 과정을 통하여 적절한 순간 적절한 깨달음에 다다른다.
“우리는 나쁜 일을 더 잘 포착하고 기억한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박사인 대니얼 길버트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기가 제일 느린 줄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부정적인 사건들에 감정이 더 많이 개입되어 기억이 잘 나서 그렇지 다른 이유는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진행이 빠르고 ‘아무 문제없는’ 줄에 서 있던 때를 떠올리지 않는다...”
어떤 실험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실험을 하는 동안 자신의 실험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섭렵하고,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그들의 저작을 읽음으로써 중간중간 필요한 것들을 체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애를 쓴다. 자신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여기는 우리들의 생각은 오류일 뿐이라고 지적하거나, 멀티 작업을 통하여 자신이 꽤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은 그 반대로 멀티 작업을 통한 낭비를 지적하기도 한다.
“... 우리는 다중작업을 하면 능률이 배가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 말이 맞다. 다중작업을 하면 생각하는 속도는 오히려 더 느려진다. 사실 ‘다중작업’은 단어 자체가 잘못되었다. 우리 뇌는 고도의 인식 기능을 한 번에 하나 이상 수행하지 못한다. 우리는 다중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환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의 일에서 다른 일로 정신없는 ‘전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환을 시도할 때마다 몇 밀리세컨드(1/1,000초)라는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뉴런이 뇌 기어를 바꿔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시도라고 부를 것 까지는 없지만 스스로를 감옥 같은 실험 조건 속으로 내몰면서도 즐겁기 그지 없어 보이는 작가가 부럽기는 하다. 하나 뿐인 삶, 운운하는 우리들을 향하여 그렇다면 이렇게 여러 가지 삶을 직접 실험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은근히 채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때때로 이렇게 자신의 삶을 객관적인 형태로 만들어놓고 들여다보는 일도 의미가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무모하지만 아주 쓸데 없는 일은 아닌 것인지 모른다.
A.J.제이콥스 / 이수정 역 /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 실험 (The Guinea Pig Diaries : My Life as an Experiment) / 살림 / 382쪽 / 2011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