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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소통과 통섭의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연과학자의 따듯한 시선...

by 우주에부는바람

글쟁이가 되고 싶었던 자연과학자 최재천의 에세이집이다. 과학과 인문학을 비롯해 서로 다른 학문들 사이의 통섭을, 그리고 과학과 대중 사이의 소통을 바라는 저자의 온기가 잘 묻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글쟁이가 되고 싶었던 덕분에 다른 과학자들보다 조금 나은 자신의 필력을 갖고 있는 작가가 쓰는 글들은 흥미롭기 그지 없으며, 쉽게 쓰여져 있으면서도 적절하게 우리들의 시야를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에 있는 복합체계연구소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개미들의 복잡한 집단행동은 각 개체들의 임의적 행동들의 결과다. 작은 힘이지만 각자의 올바른 판단이 한데 모여 그야말로 만리장성을 쌓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동물의 세계를 살펴 보지만 작가의 글은 거기에서 머물지 않는다. 그곳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동물의 세계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마치 모든 것의 주인인양 말이다) 우리들의 세계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렇게 우리는 그들의 세계를 통하여 우리들의 세계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 남의 땅에서 의외의 성공을 거두는 종들은 대개 그 땅의 특정 서식지에 마땅히 버티고 있어야 할 종들이 쇠약해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들이다. 토종이 제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곳에 쉽사리 뿌리내릴 수 있는 외래종은 거의 없다... 스스로 아끼지 못한 문명은 외래 문명에 텃밭을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예측을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싶다. 내가 당당해야 남을 수용할 수 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리고 동물들의 세계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 또한 그 방법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들의 세계에서 보여지는 순리는 우리들의 세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더불어 그들의 세계가 온전히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곧바로 우리들의 세계를 온전히 유지하도록 만드는 가장 기본이 되는 태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야망이 크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일수록 술을 비롯한 온갖 유혹에 빠질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그들의 뇌는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강한 보상을 받으려는 경향이 남보다 크기 때문이다.”


과학 만능의 시대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야망은 스스로 통제하고 자제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생명 뿐만 아니라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과학자의 글이 더욱 소중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 좋은 웃음을 품은 채 자연을 들여다보는 과학자, 그 과학자가 갖고 있는 따듯한 시선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때이다.



최재천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 효형출판 / 322쪽 / 2011 (20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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