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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Sep 06. 2024

김병종 《김병종의 화첩기행 2》

우리의 예인들을 향해 작가의 글과 그림이 품는 그리움과 아쉬움...

  흘러가는 모든 것들은 아쉬움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아쉬운 것은 돌이켜 다시 돌아왔을 때 많은 것이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달라져 있기도 하고, 때로는 그 상대인 사람이나 공간이 달려져 있기도 하다. 달라진 것이 무엇이든 아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작가는 이렇게 흘러간 사람들을 추억하는 글을 써서 그 아쉬움을 달래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작가에게 편지로 피드백하면서 자신들의 아쉬움을 토로하게도 되는 것이다.

  “... 서울은 돌아와 안길 그리움의 풍경을 상실한 도시다. 과거를 버린 도시다. 떠났던 이들이 아무리 돌아오고 돌아와 보아도 시간의 이끼 덮인 과거는 거기에 없다. 매양 돌아온 이들마다 결국 상실감을 안고 다시 떠나게 만드는 낯선 도시다.”

  이번 책은 지금까지 ‘화첩기행’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네 권의 책을 발표한 작가의 두 번째 화첩기행이다. 아쉽게도 현재 화첩기행 첫 번째와 세 번째 책은 품절이어서 구입할 수가 없다. 넓은 의미에서 예인으로 포함할 수 있는 (현재와 과거에 상관없이) 인물들을 향한 작가의 아스라한 감정이 글 그리고 그림을 통하여 토로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흔하지 않은 품목이니 되도록 네 권을 모두 갖추고 싶다.

  이번 책에서도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예능인들을 다루되, 동시에 이들의 활동과 이들의 활동 영역 혹은 이들의 인간적인 연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책이다. (네 번째 화첩기행에서는 편지글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처럼 작가는 같은 화첩기행이라고 하더라도 나름의 컨셉을 가지고 엮어 내는 성실함을 보인다.) 모두 스물 세 명의 인물들이 다뤄지고 있으며, 마지막 두 개의 챕터에서는 석모도와 한강이라는 공간을 통해 저물어가는 천년과 다시 떠오르는 천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 뜬금없는데, 마치 오래전 가요의 앨범 맨 뒤에 항상 따라 붙어야 했던 건전가요 같았다고나 할까.) 

  작가 전혜린의 서울과 뮌헨, 화가 박수근과 양구, 미술사학자 고유섭과 인천, 시인 박인환과 서울, 고수 김명환과 곡성, 소설가 김승옥과 순천, 타악기 연주가 김대환과 인천, 시인 천상병과 인사동, 우국열사 황현과 구례, 소설가 채만식과 군산, 화가 장욱진과 덕소, 소설가 김유정과 춘천, 조각가 권진규와 서울, 대목장 배희한과 서울, 미술비평가이자 수필가 김용준과 서울, 시인 이상화와 대구, 시인 한용운과 백담사, 문인 허난설헌과 강릉, 여성국극인 조금앵과 남원, 서예가 이삼만과 전주,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 이월화와 서울, 남사당패 바우덕이와 안성, 석모도, 한강... 

  이번 책에서 소개되는 예인들의 목록은 위와 같다. 멀게는 조선시대의 허난설헌으로부터 한용운 등을 거쳐 현대의 김승옥에 이르기까지, 시인으로부터 국극배우와 남사당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인들이 저자의 눈을 통하여 독자들 앞에서 밝게 떠오른다. 중간중간 화가인 저자가 직접 그리고 있는 그림들 또한 이러한 독자들의 이해를 살갑게 돕고 있으니 이를 보는 즐거움도 나쁘지 않다.


김병종 / 김병종의 화첩기행 2 : 달이 뜬다 북을 울려라 / 효형출판 / 287쪽 / 200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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