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소설의 전통을 자신의 삶 전체로 이어가는 무시무시한 고백체 소설.
니시무라 겐타, 1967년생, 아버지가 성범죄를 저질러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 등교 거부,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부두 하역 노동이나 경비원, 배달원, 식당 종업원 등으로 밥벌이, 폭행 사건으로 두 차례 체포, 1920년대의 소설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에 감명, 2003년 상업잡지에 처음으로 글을 쓰며 데뷔,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드디어 2010년 <고역열차>로 144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
우리나라의 이상문학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가의 이력으로는 꽤나 당혹스럽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경우를 들자면, 중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주류문단에 진입하여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는 장정일 정도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장정일의 소설이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상상조차 안 되지만...
그리고 이러한 아쿠타가와 상의 당혹스러운 수상은 일본 문학의 큰 흐름 중 하나인 사소설적 전통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묘사에 있어서는 자연주의의 관습을 따르지만 서구의 자연주의와는 달리 사회와는 완벽하게 유리된 사적 개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거의 고백에 가까운 자서전적 글쓰기를 토대로 한 일본 사소설의 전통, 그리고 그 맥이 끊어져 가고 있는 (사실 일본의 많은 소설들이 이러한 사소설적 경향을 띠고 있지만 보다 전통적인 흐름에서 보았을 때는 완전한 자기 고백인 사소설와는 다른, 그리고 미스터리를 비롯한 장르 문학의 득세를 생각하였을 때) 일본 사소설의 흐려진 전통을 니시무라 겐타의 소설이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소설은 그야말로 작가 개인의 사적 연대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작가의 이력 중 십대 중반 이후의 몇 년간이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이 되고 있고, 주인공의 이름 또한 간타이다. (겐타와 간타의 차이를 잘은 모르겠으나... 그리고 간타라는 이름이 주어로 사용되지만 삼인칭이 아닌 철저한 일인칭 시점이다.) 그렇게 고스란히 소설 속의 간타는 작가인 겐타에게 오버랩된다.
“... 졸업 후 상경하여 어떤 전문학교에 들어가서 현재는 향토장학금 덕분에 교도 부근에서 혼자 지낸다고 한다. ‘어떤 전문학교’라는 묘한 말을 썼는데, 이것은 구사카베가 그때 분명히 무슨무슨 전문학교라고 이름을 밝혔지만, 그딴 건 자기와는 관계 없는 세계라고 그냥 흘려듣고 나중에 다시 묻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은 문장을 보면, 이 소설이 얼마나 철저히 고백투인지를 알 수 있다. 상대에게 들었던 말을 자기 자신이 제대로 못 알아 들었고, 그래서 자신의 서술에서도 그 명칭을 제대로 적지 못하였다는 사소한 것까지 작가는 밝힌다. 마치 우리들 독자는 작가인 그의 생활을 설명듣고, 그 설명에 대한 부연설명까지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소설은 별것도 없이, 그가 겪은 항만부두에서의 첫 노동과 그 노동을 통하여 겨우겨우 연명하는 생활을 나열하는 것에 불과하다. 희망도 없는 하루하루의 삶에 끼어드는 단 한 명의 친구, 그리고 그러한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돈을 주고 사는 술과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무미건조하게 진행된다. 그나마 소설의 마지막에 나오는 사소설 작가인 후지사아 세이조를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 복사본을 작업복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이라면 희망이었을까...
더불어 소설에는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라는 단편이 하나 더 실려 있다. (<고역열차>는 중편 소설 정도의 분량이다.) 이 소설 또한 간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이 소설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후의 작가의 일상의 단면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 단편 또한 <고역열차>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사생활에 대한 고백으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문학상을 바라는 마음은 샐러리맨의 출세욕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와바타 상을 한없이 원하는 자신 또한 명예욕에 매달리는 거지근성을 가진 천박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을 부정하고 본 척도 하지 않는 게 본래 ‘후지사와 세이조 스타일’ 아니었던가.”
이 소설에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라는 문학상의 본선에 오른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간토 자신의 기대와 그러한 기대와는 별개로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거의 기어다니며 이뤄지는 자신의 비루한 생활이 동시에 그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글이라는 것을 쓰기로 작정하면서 롤 모델로 삼은 ‘후지사와 세이조’라는 작가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자신의 어떤 공명심 조차도 솔직하게 고백하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든 소설이니 신선함을 넘어 신기하다고나 해야 할까. 소설은 허구, 라는 공식을 무시한 일본 사소설의 무시무시한 고백체 이야기는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것이 어떠한 가치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세상과 대응하는 작가의 치열함이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 기준의 수혈도 필요로 하지 않는) 고스란히 작품으로 연결되고, 그러한 작품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어떤 태도에 대해서는 관심이 간다.
니시무라 겐타 / 양억관 역 / 고역열차 (苦役列車) / 180쪽 / 2011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