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이 로쿠로 《완전한 수장룡의 날》

현실과 현실 아닌 것 사이의 깨지기 쉽고 불분명한 경계 위에서...

by 우주에부는바람

만화가인 가즈 아쓰미는 이제 자신이 십여년 이상 연재를 하고 있던 만화 작업을 타의에 의해 끝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자신이 만화가로 데뷔하도록 도왔던 스기아먀씨가 엉뚱한 부서로 물러났듯이 이제 자신의 연재물도 끝이 나는 것이다. 이 독신의 만화가는 어딘지 음습해 보이는데, 그녀가 코마 상태에 빠져 있는 그녀의 남동생 고이치를 찾아 코마 워크 센터로 가고, 그곳에서 센싱이라고 불리우는, 그러니까 생명만 유지되고 있는 코마 환자의 의식 속으로 접근을 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SC인터페이스의 ‘SC’는 스티모시버(stimoceiver)의 약자입니다... 스티모시버는 미국 예일 대학 생리학연구실의 호세 델가도 교수라는 사람이 1960년대에 개발한 세계 최초 뇌 이식 칩 이름입니다.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의 시초죠... 현재 저희 시설을 포함한 전 세계의 코마 워크 센터에서 사용하는 SC인터페이스는 델가도 교수가 개발한 스티모시버와는 사상과 원리, 기술적인 방법도 다릅니다. 하지만 기계적 코마 워크 여명기에 이 스티모시버를 이용한 실험에서 발전하여 연구 개발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금도 기기에는 그 명칭이 남아 있는 것이죠.”


주인공인 만화가 가즈씨가 알고 싶은 것은 남동생 고이치가 어째서 자살을 했는가이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면서 엄마의 손에 길러지고, 그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이제 세상에 둘 밖에 남지 않은 가족인데 어째서 고이치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였고, 이렇게 코마 상태로 남게 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하여 가즈는 때때로 이곳 코마 워크 센터를 찾아와 센싱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곧 독자들은 소설 속 가즈씨가 겪는 이상한 상황과 마주치게 된다. 분명히 센싱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가즈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주변 인물들과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자신의 살림집이 있는 이층에 올라갔다 오는 등의 다른 행동들을 하다가 다시금 센싱의 해제 상태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실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한 그곳이 또다른 비현실의 공간이 되어서 소설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는 것이다.


“호접몽에 관해서라면 데카르트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우리는 꿈속에서도 자신이 깨어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그 구별은 명확하게 하지 못한다. 지각은 모두 거짓이고 지금의 나는 꿈을 꾸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작품은 걸맞게도 소설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미스터리의 힘을 잃지 않는다.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 이라는 테마를 간직한 영화 <인셉션>, 혹은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공간이 사실은 가상의 현실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영화 <매트릭스> (한 발 더 나아가면 우리가 아등바등 하였던 모든 현실 속의 행위가 사실은 신의 한 수에 불과하였다는 만화 <아마겟돈>과도 맞닿아 있는) 소설은 미스터리라는 형식을 통하여 바로 이 부분, 현실과 현실 아닌 것 사이의 (단단하다고 여기지만 그만큼 깨지기 쉬울 수도 있는) 불분명한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J.D.샐린저의 단편소설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벽한 날 (A Perfect Day for Bananafish)>에서 제목을 따온 <완전한 수장룡의 날>은 그렇게 마지막의 거듭되는 반전을 통하여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심사위원들을 만장일치로 사로잡았고, 독자들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간과 공간이 현실로부터 살짝 비껴 나간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정녕 현실이기는 한 것인지...



이누이 로쿠로 / 김윤수 역 / 완전한 수장룡의 날 (完全なる首長龍の日, A Perfect Day for Plesiosaur) / 21세기북스 / 262쪽 / 20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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