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출장중, 네 명의 아빠와 아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사건 해결기, 궁
작품 하나하나가 무게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순발력 하나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소재가 되었든 작가의 품에 끌려 들어가면 그 순간 먹잇감이 되고 만다. 낚아채어 으깨고 씹고 삼키고 소화시켜서 이사카 코타로 만의 어떤 결과물을 결국은 내놓고 만다. 이번 작품 또한 커다란 메시지에 매몰되지 않고 가볍고 사소한 것을 향하여 유머러스한 시선을 들이미는 작가의 경향을 (<골든 슬럼버>나 <마왕>과 같이 조금 무거운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직 고등학생인 유키오이다. 수재형에 농구부 부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어딘지 시니컬해 보이는 이 학생을 같은 반 여학생인 타에코가 뒤따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타에코는 얼마전 자신이 남자와 헤어졌고 너를 사귀기로 했다며 유키오의 하교길에 동행한다. 그리고 내처 그의 집까지 방문하려고 하는데 유키오가 왠지 난색을 표한다. 도대체 왜?
“우리 집엔 성가신 아버지가 넷씩이나 있다고. 더군다나 저쪽은 날 친구 대하듯 하니까 타이밍이고 뭐고 상관없이 아무 때나 말을 시킨다고.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시험기간이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넷이나 된다는 자신의 가족사를 설명하는 것이 유키오는 귀찮았던 것이다. 하지만 타에코와 실강이를 하는 사이 어느새 나타난 아버지 타카와 마주치게 된 이후 유키오의 가족사는 고스란히 타에코의 레이다망에 걸리게 된다. 물론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해야 할지 천진난만하기만 한 타에코는 단숨에 유키오를 비롯한 그의 아버지들과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이 어린 로맨스와 네 명의 아버지들간의 좌충우돌로 돌입하는 것인가 싶던 어느 순간 갑자기 범죄 소설로 방향을 튼다.
불량배들로부터 쫓기는 중학 때 친구를 구하고, 타에코에 이끌려 등교 거부를 하는 친구를 찾아가며 일상적인(?) 학창시절을 보내던 유키오는 어느 날 도박 매니아인 타카의 손에 이끌려 함께 개 경주장을 찾았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유키오는 가방 바꿔치기를 목격하고, 바꿔치기한 가방을 쫓다가 얼마전 자신이 구출해야 했던 중학교 때 친구인 마스지와 마스지를 뒤쫓는 우엉 남자들과 만나고, 집에 침임한 빈집털이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시장 선거와 맞물린 사건은 점차 커져서 가방을 뒤쫓다 마주친 사람들이 살해되고, 유키오는 친구의 집에 들렀다 인질범들의 손에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드디어 항상 걸림돌인 것만 같았던 유키오의 아버지 4인방이 사건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그리하여 해피 엔딩... 모든 사건은 해결이 되고, 이 엉뚱한 4색의 부자지간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는 말씀이다.
“... 가로로 긴 사진틀도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어머니 양옆으로 아버지들이 둘씩 섰다. 사려 깊고 침착한 사토루 옆에 키가 크고 눈썹이 돋보이는 아오이, 그리고 만면에 웃음을 짓고 쌍꺼풀 진 눈을 크게 뜬 어머니,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고 쑥스러워 얼굴을 일그러뜨린 타카, 가슴을 펴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이사오, 전원이 있다...”
수도 없이 겹치는 우연이나 아버지가 얼렁뚱땅 넷이나 되는 상황 등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는 역시나 이사카 코타로답다. 게다가 한 두명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종다양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도 그들 모두에게 골고루 캐릭터를 부여하는 능력도 여전하다. 하지만 뭔가 시원하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날아갈 듯 전개되는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내 다른 궁금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웨딩 사진에 나란히 서 있는 도박 매니아 타카, 대학 교수 사토루, 바를 운영하는 바람둥이 아오이, 중학교 선생님인 이사오라는 네 명의 아버지, 그리고 소설 내내 출장 중이었던 유키오의 어머니 토모요는 도대체 어떻게 연애를 하였고, (물론 아주 가끔씩 이들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연애는 그렇다쳐도 엄마 하나에 아버지 넷, 그리고 아들 하나라는 가족을 어떤 연유로 구성해야만 했고 유지할 수 있었는가가 아직도 더욱 궁금하다.
이사카 코타로 / 권영주 역 / 오! 파더 (オ-!ファ-ザ-) / 북홀릭 / 494쪽 / 2011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