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네 개의 참과 하나의 거짓으로 넘겨 짚어보는 비밀과 이야기...

by 우주에부는바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번째 자기 소개가 있었다. 한 친구가 자신을 홀어머니 그리고 홀아버지와 함께 산다고 소개했다. 아이들이 잠시 웅성거렸다. 얼마 뒤 이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탄을 집을 때 쓰는 연탄집게를 이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반장과 담임 션생님이 조문을 다녀왔다. 어떤 함구령이 내려진 것인지 더 이상의 이야기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독자인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섯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하면 되는데,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말이 들어가야 해. 소개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이 어떤 게 거짓인지 알아맞힐 거고. 그럼 나머지 네 개는 자연스레 참이 되겠지? 선생님 말 이해했어?” (p.14)


작중 세 명의 화자인 채운, 소리, 지우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그들의 담임은 위와 같은 자기 소개 게임을 진행하고는 한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란 제목은 담임 선생님의 위와 같은 게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짓말에는 이야기가 있고 또 비밀이 담겨 있다. 그런데 참을 맞춰서 거짓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거짓을 찾아내어 참을 남기는 게임인 것이 재미있다. 거짓을 알아맞혀야 하는 것은 어쩌면 독자의 역할이다.


“채운이 기억하기로 아버지는 구태의연한 말을 의기양양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삶에서 진부한 교훈을 추출해 남들에게 설파하기를 즐기는 사람. 그러나 본인은 그 교훈대로 살지 않는 사람이었다...” (p.70)


세 친구 중 채운은 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부친을 칼로 찌른 혐의로 감옥에 있고, 아버지는 죽음의 문턱에 놓인 채로 요양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아버지를 칼로 찌른 것은 채운이고, 아버지는 가정 폭력의 가해자였다. 그런 채운의 남겨진 가족이랄 수 있는 뭉치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채운은 소리의 비밀을 조심스레 넘겨 짚을 수 있게 된다.


“소리는 혼란스러웠다. 우연의 일치라기에 세 부고 사이에 공통점이 많았다. 반려견 보리도, 원로 화가 선생님도, 6학년 때 담임선생님도 모두 소리가 손을 잡은 순간 흐릿하게 보였고 그뒤 세 달을 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났다. 소리는 조심스레 추측했다. 어쩌면 자신에게 누군가의 죽음을 예감하는 능력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고.” (pp.96~97)


소리는 상대를 만지면 그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의 엄마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아차리지는 못했고, 이러한 선택적인 능력은 소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리의 능력을 알아챈 채운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예측을 부탁한다. 그리고 소리는 채운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 어느새 지우는 ’다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결국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본 것〉 마지막 화는 바로 그런 마음을 담아 끝낸 거였다. 그런데 삶은 지우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우가 누군가를 살리는 이야기를 쓴 순간 삶은 가차없이 지우에게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데려가버렸다...” (p.215)


지우는 어머니의 실족을 자살로 의심하고 있다. 어머니가 없는 집에서 지우는 어머니의 동거남이었던 아저씨와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 지우는 자신의 반려 도마뱀 용식을 소리에게 부탁하고 노동 현장에서 방학을 보내는 중이다. 지우는 독립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소리로부터 용식의 죽음이라는 소식을 들은 이후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게임(그리고 소설이 제목)이 세 친구가 가진 비밀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가리키는 데에 얼마나 큰 효능감을 갖는지 따지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세상은 네 개의 참과 하나의 거짓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거짓은 그저 뿌옇게 가려질 뿐이다. 그러니까 과거 자신을 홀아버지 그리고 홀어머니와 살고 있다고 한 친구의 말은 참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거짓이라고 보아야 할까.



김애란 / 이중 하나는 거짓말 / 문학동네 / 239쪽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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