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하기 그지없는 성장기의 음습함이 불온함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를 향하여
제4회 창비장편소설상의 수상작이며, 일종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는 성장 소설이자 조금은 잔혹한 버전의 청소년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열일곱살 소녀가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것들의 집합과도 같으니, 실제 그 나이의 여자 아이들이 읽는다면 한밤중 가위에 눌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설핏 희망의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불온하기만 한 현실이 너무 가혹하니 그 희망의 기미가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 서른살도 되기 전에 혈압에 당뇨로 시름시름 앓다가 뒈지고 싶으냐며 걸핏하면 악다구니를 퍼붓는 엄마와,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지 안하는지조차 관심 없어 보이는 아빠, 그리고 슈퍼울트라 개량돼지에게는 무슨 짓이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틈에서 내가 여태껏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서태지와 함께 가게 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유미는 백삼십킬로가 넘는 거구의 소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스로에 대해 아무런 자긍심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거구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일진들에게 다구리를 당하고 삥을 뜯기고 아버지로부터는 무관심을 어머니로부터는 모멸을 당한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출구는 서태지, 그리고 (어린시절에 함께 왕따를 당한 기억이 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유미를 괴롭히는 학년짱의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학교의 일진이 된 오래된 친구 지은과 함께 하는 비밀스러운 시간들 뿐이다.
“... 도대체, 내 부모는 왜, 이따위인가. 도대체, 내 친구들은 왜, 이따위인가. 도대체, 내 몸뚱이는 왜, 이따위인가.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따위인가. 어쩌자고 내 주변에는 온통, 나를 두들겨패고 짓밟고 모욕하는 인간들뿐인지 억울하다 못해 이제는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은이 임신을 하여 애를 낳을 결심을 하고 집을 떠난 이후, 홀로 남아 거식증에 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도움을 받아가며 다이어트를 하던 나는 결국 자신을 향하여 끊임없이 몰아치는 시련들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결행한 후 지은이 머물고 있던 미혼모들의 쉼터에서 지은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 또한 녹녹한 것은 아니다.
“... 허기를 달래기 위해 처음 다이어트를 결심한 순간부터 집을 떠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차례로 떠올려봤다. 지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변기 속에서 똥을 건져올렸던 일과 걸핏하면 나의 존재 자체에 거리낌없는 조소를 날리는 엄마로 인해 느꼈던 절망, 엄청난 상실감을 불러일으킨 지은의 가출과 그걸 빌미로 끊임없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던 영화년, 그리고 슈퍼울트가 개량돼지의 투실투실한 샅을 파고들던 길쭉이새끼의 길쭉한 물건, 마지막으로 거실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던 엄마의 초록색 고무호스까지...”
왕따, 다이어트, 폭력, 임신, 강간, 가출에 이르는 이 지난한 삶의 주인공인 박유미, 슈퍼울트라 개량돼지라는 처절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 소녀를 보는 일이 참 힘겹지만, 스토리를 주저없이 밀고 나가는 작가의 힘이 있어서 읽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 불온함 가득한 사회의 근원에는 이 불량하기 그지없는 성장기의 음습함도 크나큰 원인일 터이니,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조금은 다른 바로미터로 이 성장 소설이 작용할 수도 있겠다 싶다.
황시운 / 컴백홈 / 창비 / 289쪽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