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집을 향한 그 여자의 틈입, 기묘한 실제 사건은 바다를 건너가
쉰 여섯의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결혼한 여동생이 있다. 놀러오겠다고 말하고 놀러오지 않은지 꽤 되었다. 기상관측소에서 근무하는 이 남자는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른 귀가 후 혼자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어느 날 쉰 여섯의 한 남자인 나는 자신의 일상에 어떤 틈입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곧이어 그 의심은 확신이 된다.
나는 곧 집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회사에 있는 동안에도 집안을 감시한다. 그렇게 초조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던 어느 날 드디어 자신의 확신의 실체, 자신의 집에서 움직이는 물체, 자신의 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숨어든 한 여자를 확인하고 곧바로 경찰에게 연락을 한다. 경찰은 신고를 받아 출동하고, 나의 집에서 기거하던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 이 여자는 당신 집에서 당신 모르게 일 년 가까이 살았다는 걸 말씀드려야겠군요. 당신이 그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서요. 네, 일 년 가까이요. 그녀가 당신 집만 거처로 삼은 건 아닙니다. 다른 두 곳에서도 이따금 주인 몰래 자곤 했지요... 그런데 그녀가 털어놓았듯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건 당신 집이었답니다...”
독신남의 집, 복도를 지나야 나오는 쓰지 않는 방, 그곳 다락방의 윗층에서 기거하는 한 여자는 그렇게 세상에 공개된다. (세상에 이것은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일본의 나가카시키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실직 후 노숙을 하며 떠돌던 그녀는 나보다 두 살 위인 쉰 여덟 살이다. 그녀는 어느 날 혼자 사는 내가 출근을 할 때 문을 잠그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들렀다가 그예 그곳을 자신의 또다른 거처로 삼았고, 이제 이 불법적인 침입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 바로 이것이 이 남자와 나의 공통점이다. 자부심을 가질 일도, 화낼 일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 이것 말고 우리를 근접시키는 건 없다... 결코 매력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혐오스럽지도 않은 이 남자는 내일 법정에 출두할 것이다. 나는 그가 입고 올 옷과 넥타이를 어느 옷장에 걸어두는지 판사에게 정확히 말해줄 수 잇을 것이다. 그 말쑥한 옷의 특별한 냄새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여자와 일 년이라는 동거를 해야 했던 그곳을 아예 포기할 작정을 한다. 집을 내놓고 이사를 갈 생각을 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그녀는 내게 편지를 쓴다. 그녀의 그 집을 향한 애착도 그 남자의 애착만큼이나 크다는 사실, 그 침입은 단순한 침입이 아니라 그 여자의 과거와 맞닿아 있다는 또 하나의 진실을 그 남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그녀로부터 발동한 것이다.
“... 그렇게 방랑하다가 우연히 제가 아주 행복한 시절을 보낸 동네에 이르게 되었어요. 여덟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였지요. 정말 소중한 세월이었어요! 며칠 오전을 연이어 망을 보았지요. 멀리서 보니 한 남자가 제가 자란 집을 여덟시에 떠나더군요...”
혼자 사는 남자와 그 남자의 집에 스며든 홈리스 여자, 어찌 보면 양쪽이 모두 기구하다. 그 남자는 어쩌면 다시는 혼자 사는 자신의 삶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고 (아주 좁은 집에 살지 않는 한 그 집에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여자에 대한 상상을 쉽게 떨쳐낼 수 있겠는가), 그 여자는 자신의 가장 빛나는 과거를 품은 그 집에 다시는 근접하지 못하리라.
일본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어디까지가 논픽션이고 어디서부터 픽션인지 알 수 없지만) 프랑스의 작가가 소설을 썼다는 사실 또한 실제 사건만큼이나 흥미롭다. 개별적 공간에 대한 현대 사회의 무한한 보장은 오히려 비수가 되어, 이렇게 파편화된 개인들을 엉뚱하게 한 공간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혼자여서 자유로운 영혼은 딱 자유로운 그만큼 미지의 불안 또한 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에릭 파이 / 백선희 역 / 나가사키 (Nagasaki) / 21세기북스 / 127쪽 / 2010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