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보네거트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로즈워터 씨이기 때문에 가능한 무모하고 소박하고 인간적인 실험...

by 우주에부는바람

얼마 전 <신의 축복이 있기를, 키보키언씨>라는 소설을 읽었다. 그 작품이 1999년에 씌어졌는데 이 작품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가 씌어진지 30년이 흐른 뒤였다. 물론 두 작품 사이에 어떤 일맥상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작품이 모두 미국 현대 사회의 일면에 대한 블랙 유머가 담겨져 있기는 하지만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많이 닮아 있지는 않다.


“그 액수는, 어느 하루를 잡아 산정하자면, 1964년 6월 1일에 87,472,033달러 61센트였다. 이날 그 돈은 노먼 무샤리라는 악덕 변호사의 탐욕스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흥미로운 액수에서 나오는 수입이 일 년에 삼백오십만 달러, 하루에 약 만 달러였다. 일요일도 포함해서.”


소설은 로즈워터 가문의 어마어마한 돈을 맡아 관리하는 재단의 이사장 역할을 하게 된 엘리엇 로즈워터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재단의 돈을 노리는 변호사 노먼 무샤리가 은근이 끼어들어 로즈워터 가문의 또 다른 혈육인 프레드 로즈워터를 찾아내고, 엘리엇의 정신병증을 핑계로 삼아 프레드에게 돈을 넘기면서 자신도 한몫 챙기려는 의도를 보이면서 살짝 스토리를 간직하는 듯 보인다.


“큰 계약에는 반드시 한 사람이 재산을 포기했는데 그 재산을 받기로 한 사람이 아직 그것을 받지 못한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는 변호사라면 그 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만일 그 재산을 받을 사람이 큰돈에 익숙하지 않고 열등감과 막연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면,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말일세. 변호사는 절반까지도 뚝 떼어 가질 수 있고, 그러면서도 수령인으로부터 눈물 어린 감사의 말을 들을 걸세.”


그렇지만 커트 보네거트에게 이런 스토리는 별반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작가는 스토리의 진행과는 무관하게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보여주기 위해, 막대한 재산을 가진 엘리엇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로즈워터 가문의 태생지라고 할 수 있는 시골에 틀어박혀 동네 사람들의 불행한 상황을 들어주고, 그것을 바꿔주기 위해 소소한 역할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당신이 로즈워터 군에서 했던 일들은 결코 미친 짓이 아니었소. 그건 분명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실험이었소. 왜냐하면 기계의 정교한 발달로 인해 전 세계에 끔찍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는데, 그 문제를 아주 적은 규모로 해결하는 실험이었기 때문이오... 때가 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상품, 음식, 서비스, 더 많은 기계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로서 가치를 잃을 것이고, 경제와 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어쩌면 의료 분야에서도 실용적인 아이디어 원천으로서 가치를 잃을 것이오. 따라서 만일 우리가 인간을 인간이기 때문에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근거와 방법을 찾지 못하면, 많은 사람이 종종 제안하듯 그들을 완전히 없애는 게 나을지도 모르오.”


여기에 간혹 킬고어 트라우트라는, 커트 보네거트 자신이 분신처럼 자신의 소설에 인용하는 미국의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SF작가를 통해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끼워 넣는 정도가 소설의 전부이다. 커트 보네거트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블랙 유머가 찐하게 드러나는 아래의 내용 정도를 확인하는 것에서 만족하면 되겠다.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심각한 질병은 모두 정복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했고, 정부는 죽음을 장려하기 위해 모든 주요 교차로에, 오렌지색 지붕의 하워드 존슨스 레스토랑 바로 옆에 ‘윤리적 자살원’을 설치했다. 자살원에는 예쁜 도우미가 있었고, 배경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바카라운저 안락의자에 앉아 고통 없이 죽는 열네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자살을 결정하면 옆 건물에서 공짜로 마지막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커트 보네거트 / 김한영 역 /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God Bless You, Mr. Rosewater) / 문학동네 / 2010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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