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지만 계속 읽게 되는, 이해할 수 없는 매력의 과학 서적..
계속되는 아내의 추천... 볼 작정을 한 책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자극에 어쩔 도리가 없다. 온전히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면 재미가 있단다. 읽고 났더니 무슨 말인지 딱 실감이 난다.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는 없는데도 계속해서 읽지 않을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 에 대한 설명에 얹혀진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기 때문이다.
“...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의 모든 힘들이 천천히, 그리고 당당하게 빅토리아 시대의 걸작 - 거대하고 통합된 에너지의 영역 - 을 만들면서 연결되고 있었다. 한때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전기와 자기의 연계성이 패러데이에 의해 밝혀진 후, 과학자들은 다른 종류의 에너지들도 서로 깊숙이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먼저 E=mc² 이라는 공식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 공식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들을 E=mc²의 조상들이라는 챕터를 통하여 설명한다. 그러니까 E 에너지는 어떤 경로를 통하여 우리들의 눈앞에서 존재하는 무엇인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역할이 중요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 공식은 단순히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에게서 불쑥 솟아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노력을 기울인 여러 과학자들의 노고를 포함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라부아지에의 노력으로 질량 보존의 법칙이 탄생하였다. 그는 우리 주위에 방대하게 널려 있는 물질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들은 태우거나 압축하거나 자르거나 날카롭게 연마할 수는 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물질과 결합하거나 재조합하며 떠돌아다닐 뿐이다. 그렇지만 질량의 총량은 언제나 그대로이다.”
이런 식으로 책은 = 등호, m 질량, c 속도, 그리고 제곱이라는 공식의 다섯 가지 부분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리고 나서야 이제 아인슈타인을 등장시킨다. 그 이후 세 개의 챕터가 이어진다. 일개 특허국 직원이었던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상대성 이론을 떠올리고 이를 세상에 알리게 되는 순간이 이 공식의 초창기라는 챕터로 만들어진다.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이유가 아니라 직관적으로 세상의 아니 우주의 핵심으로 다가서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비롯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탄생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연구를 ‘상대성’ 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그 이름이 어떤 것에 대해서도 더 이상 정확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준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모든 공식들은 일관성이 있으며 서로 완벽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보면, 그 이름은 그릇된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어지는 챕터인 성장기에서는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그리고 E=mc² 이라는 공식이 인류 최초로 사용된 그것,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일본의 히로시마에 투하되는 원자폭탄의 탄생 비화가 세밀하게 그려진다. 독일에서 먼저 시작된 원자폭탄 제조, 그리고 유태인인 아인슈타인이 미국 정치권에 보내는 원자폭탄 제조를 서두르라는 메시지 등이 숨가쁘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불길한 발견이었다. 왜냐하면 이론상 이제 누구든지 중성자를 이용하여 원자 핵을 깨뜨릴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위험천만한 에너지 폭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일련의 이론들이 다른 시대에 나왔다면, 그 다음 단계는 좀더 서서히 진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1939년은 세계가 지구 역사상 최대의 전쟁을 막 벌이려고 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압권인 것은 최초이자 (아직까지는) 최후의 사용처라고 할 수 있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투하되어 폭발하기까지의 전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어떤 고도에서 터져야 가장 이상적인 폭발력을 가지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계산, 단 몇 초 사이에 이루어진 연쇄 반응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너무나 냉정하기에 인류 최대의 재앙을 더욱 섬뜩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안정판이 붙어 있는 긴 쓰레기통처럼 생긴 폭탄이 B-29로부터 투하되어 소리를 내고 자전을 하면서 낙하하는 데는 43초가 걸렸다...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이 솟아오르면서, 지구상에서 E=mc²의 첫 번째 임무가 끝났다.”
그 장면을 찬찬히 읽고 나면 아래에서와 같이 아인슈타인이 자신이 채찍질했던 원자폭탄의 제조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나 그 이후 1955년 아인슈타인과 버트란트 러셀 등 노벨상 수상자 11명이 모여서 핵무기의 사용이 인류에게 끼칠 막대한 위험을 경고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평화적 수단을 사용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에 대해서도 십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독일이 원자폭탄을 성공적으로 생산해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나는 결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았을 걸세, 결단코!”
그렇게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지나고 나서야 이제 우리는 애초에 아인슈타인이 의도했던 바, 우리들의 세계 전체를 포함하여 우주의 영역의 이해로 이어지는 E=mc² 의 마지막 여정을 다룬 시간의 끝까지, 라는 챕터에 다다르게 된다. 세계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물론 이러한 속설이 나오게 된 배경 또한 책에 설명되어 있다) 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과학적으로 나름 꼼꼼하게 그러면서도 한없이 대중적으로 그려진 책이다. 쉽지 않은 과학을 쉽지 않은 공력으로, 그래서 결국 쉽게 쓰고 있으니 훌륭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비드 보더니스 / 김민희 역 / 한창우 감수 / E=mc² / 생각의 나무 / 431쪽 / 2001, 2010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