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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 《골드 러시》

끔찍함으로부터 눈 돌리지 않고 그것을 직시하는 용기...

by 우주에부는바람

*1999년 5월 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카츠키는 중학생 소년이다. 그에게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형 히데와 원조교제를 하는 누이 미호가 있다. 아버지 히데모토는 파친코 사업을 하고 있으며 어머니 미키는 자신의 큰 아들이 문제를 안고 태어난 사실에 자책하며 현재는 아버지와 헤어져 다른 도시에서 청빈한 생활로 일관하고 있다. 내게는 쿄코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며 카나모토라는 야쿠샤를 존경하다.


박상우의 소설 <청춘의 동쪽> 속의 주인공보다 열 살이나 나이를 덜 먹었지만 카츠코는 훨씬 더 악마적이다. 자신의 악함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종의 절대적 악함이라고 할까. 자신의 악에 대해 정확히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순수한 악이야말로 정말 악마적인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선과 악에 대한 파악이 가능해지는 순간 선이나 악은 그 순수성을 잃고 마는 것이 아닐까.


카츠코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과 아버지만이 들어갈 수 있었던 지하실에 그 시체를 묻어버린다. 그리고 조금씩,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 의해 코너로 몰리게 된다. 자신을 한 사람의 어른으로 대해주지 않는 주변을 어떻게든 다독여 보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기다려 주겠다는, 만약 자수하지 않으면 카츠코를 떠나겠다는 쿄코의 설득으로 자수를 결심한다. 그리고 마지막 하루, 동물원에 코끼를 보러 간다.


좋다, 나쁘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작가가 치열하게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느낌은 확실하다. 어떤 작품은 몇몇 단어와 문장들로 사색하지만 좋은 작품은 작품 전체를 통하여 사색한다. 단어들의 사색이 아닌 작품 전체를 통한 사색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끔찍함으로 눈돌리지 않고 그것을 직시하면서 끔찍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작가임에는 틀림 없다.



유미리 / 김난주 역 / 골드 러시 (Gold Rush) / 솔 / 349쪽 / 1999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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