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외 《2011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어딘가 힘이 빠진 듯한, 막연하고 모호한 지금 당대의 문학처럼...

by 우주에부는바람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

올해 이상문학사 수상작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는 것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에, 가슴을 좀 웅크리고 편한 자세를 취해보았는데, 그때 문장들이, 장대비처럼 내게 내렸다.” 조금 부끄럽고 송구스러울 수도 있을 터인데, 작가는 그러한 내색 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혹은 자신의 글쓰기 작업에 대해 발가벗겨진 듯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이라는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를 잡아 하는 수 없이 핀으로 고정시키고 상자에 넣는 일, 죽어 핀으로 고정된 채 상자 속에 넣어진 나비에게 다시 숨을 불어 넣는 것은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숨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중 작가로서의 인기 속에서 불현듯 찾아온 선언 없었던 타의의 절필 시기를 거쳐, 다시 소설이 장대비처럼 내리고 재기라면 재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기까지의 과정이 타의에 의해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일본의 한국문학 번역가 H씨와의 몇 번의 만남 속에서 담담히 밝혀진다.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가는 것은 운명이다.” 운명처럼 글을 쓰는 작가가 운명처럼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포섭되는, 그리하여 자기 자신을 인간으로 밀어올리는 태도가 밉지 않다.


공지영의 「진지한 남자」.

진지한 남자가 진지하게 자신의 예술을 하려고 하였으나 결국 바로 그 진지함 때문에 겪게 되는 실패기 쯤이다. 진지한 양 옆에서 그를 추동질하는 예술의 형제들 혹은 예술의 권위자들의 모습이 현실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나 뿐이랴... 소설 속 진지한 남자의 어리숙하였던 예술 활동을 통하여, 우리 예술계를 향한 진지한 비아냥을 해볼 속셈이었던 것인지...


정지아의 「목욕 가는 날」.

담담하니 좋은 소설이다. “... 내복을 벗은 어머니의 왼팔이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거무죽죽했다. 만져보니 굳은살이었다. 쑥스러운 듯 어머니가 배시시 웃음을 빼물었다... 다리가 아픙게 밥할 때마동 왼팔을 싱크대에 걸쳐놓고 힘을 안 주냐. 그러다봉게 원제부턴가 굳은살이 박했어야. 보기는 흉해도 아프든 않응게 암시랑도 안타.” 근처에 사는 큰 언니에게 맡겨 놓고 모른 척 하였던 어머니와의 오랜만의 목욕탕 나들이... 나이든 두 자매 사이의 그리고 이들 자매와 노모 사이의 대화 그리고 이들 사이의 주고 받는 눈짓이나 몸짓이 왠지 눈에 선하다.


김경욱의 「빅브라더」.

동네에 들어선 서커스단의 인간 대포알로 나섰던 형의 첫 번째 비행 이후 동네 꼬맹이들 앞에서 축대 바깥 허공을 향하여 날아오른 형의 두 번째 비행, 이후 머리를 다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던 형은 나의 여자 친구와의 만나에서 흥분한 채 세 번째 비행을 하였고, 사라졌던 형은 아버지를 묻던 바로 그 순간 거구가 된 채 네 번째 비행으로 그곳에 도착하였다. 하늘을 난 형을 두었던 나는 이제 목사가 되었고, 형은 향년 45세로 생을 마감한 채, 그 비행의 기억들만을 내게 남겼다.


전성태의 「국화를 안고」.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목숨을 잃은 사내, 그 사내의 무덤을 방문하는 그 고장 초등학교의 선생님, 고장의 하나뿐인 의원집의 스산한 풍광과 그곳을 거쳐 가는 선생님인 나... 화해가 되지 않는 과거, 그러한 과거와 현재는 산책길에서도 서로 조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


김숨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노인도, 남편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202호 여자도.” 그야말로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저녁, 들통 속에서 오리 뼈만이 졸아들고 있다. 그 오리 뼈 고아내는 냄새가 소설 가득히 진동한다. 이처럼 냄새로 가득한 소설도 오랜만이다. 그 느끼한 냄새가 소설 속 그녀의 심경을 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언수의 「금고에 갇히다」.

어찌보면 김언수스러운 상상력이다. 두 친구 그리고 한 명의 여자로 이루어진 금고털이들은 그만 금고에 갇히고 만다. 그 와중에 나는 그 한 명의 여자에 대한 음심이 생겨 고생을 하고, 결국 뱀 놀이를 통하여 둘 중의 한 명이 이 여자와 자기로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얼렁뚱땅 진행되는 소설이 작가의 장기가 될 수도 있을까.


김태용의 「뒤에」.

“... 읽기만 하면 사라지는 문장이 있다. 사라지면서 뒤에 오는 문장을 무너뜨리는 문장이 있다...” 실험 정신 가득한 김태용의 소설이다. 모든 짧은 챕터는 모두 0이라는 번호를 달고 있고, 괄호 안과 괄호 밖이 다투는 혹은 대화하는 듯한 챕터도 들어 있다. “... 어떤 이야기는 죽음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 눌려 있는 나의 얼굴은 희고 둥글고 둥글어서 무 같았다. 팔다리도 짧았다. 큰어머니가 한 말이다. 큰어머니가 무밭의 주인이었다...” 고랭지배추밭에서 태어난 무, 를 주인공으로 한 파괴적인 소설이라고나...


황정은의 「猫氏生」.

“... 인간도 고양이 못지않게 우는 경우가 다반사인 데다 이 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생물이 인간이라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억울해 땅을 칠 노릇인 것이다. 도무지 이 몸이란 짐승 역시 먹고사는 것을 제일로 여기는 처지, 먹고사는 일로 따지자면 어느 짐승의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지는 누구도 간단히 말할 수 없는데도, 자기들만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듯 아무 데나 눈을 흘기는 인간들이 승하는 세계란 단지 시끄럽고 거칠 뿐이니 완파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우울하기 그지 없는 어느 고양이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다섯 번의 죽음과 다섯 번의 삶에 대하여... (계간지에서 읽은 후 작성한 리뷰로 대신한다.)


딱히 시선을 사로잡는 소설이 있지는 않다. 수상작인 공지영의 소설이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드니 수상작 선정에 큰 무리가 있지는 않았나보다. 그외의 작품들 중에서는 정지아의 소설이 좋았다. 막연한 것, 모호한 것, 어줍잖은 것 보다는 담담한 것, 소소한 것, 명확한 것에 시선이 가는 나의 한 때가 그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해가 지날수록 시나브로 힘이 빠지는 우리의 문학, 을 이 이상문학상을 통해 매년 확인하는 것만 같다.



공지영 (정지아, 김경욱, 전성태, 김숨, 김언수, 김태용, 황정은) / 2011 제35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 문학사상사 / 349쪽 / 20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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