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마른 사막의 모래 속에서도 코엔 형제식 킬러의 곱상한 머리 스타일은
*2011년 1월 21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영화가 나온 2008년부터 보고 싶어하다가 이제야 보게 됐다. 코엔 형제 최고의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들렸고, 그래서인지 코맥 맥카시의 원작 소설도 집에서 굴러다녔다. 물론 영화로 봐야지, 하는 심정으로 소설책을 보는 것도 미뤘다. (영화를 보는 동안 아내는 다른 방에서 현빈과 하지원의 <시크릿 가든> 마지막회를 복습중이셨는데, 자신이 읽어본 바 코맥 맥카시의 소설이 재미 없었으니 영화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아내가 코엔 형제의 영화를 원래 싫어하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걸...)
각설하고 영화는 꽤 신선하다. 평론가들의 상찬의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도 있다. 코엔 형제 특유의 건조함 속에서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유머, 잔인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액션, 여기에 살금살금 등 뒤로 접근하는 듯한 긴박감까지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모든 사람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출 때 한 시절을 마무리한 채 저물어가는 세대를 향하여 초점을 들이대는 원작이 가지는 작가 정신 또한 코엔 형제 특유의 영화 형식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악당 안톤 쉬거로부터 시작된다. 경찰에게 잡혀 가는 안톤 쉬거, 그러나 어느 순간 안톤 쉬거는 일거에 경찰관을 살해하고 유유히 산소통을 든 채 경찰서를 빠져나간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면 사슴을 사냥하는 모스가 나오고, 모스는 총에 맞은 사슴을 쫓다가 총격전 현장을 발견한다. 시체들과 마약, 그리고 그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모스는 2백만 달러가 담긴 가방을 챙긴다.
하지만 모스가 그날 저녁 총격전 현장에서 물을 찾던 남자를 향하여 다시 돌아가는 순간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한다. 마약과 함께 현금을 찾아나선 이들에게 발각된 모스는 도망을 치기 시작하고, 그의 뒤를 전설적인 살인자이자 영화의 초반부에 나왔던 안톤 쉬가 뒤쫓는다. 그를 피하여 도심의 모텔로 숨어들은 모스, 그러나 모스는 안톤 쉬거에게 뒷덜미를 잡힌다.
결국 돈가방에 숨겨진 수신기의 존재를 모스가 알아차린 순간, 드디어 두 사람은 정면을 부딪친다. 하지만 첫 번째 만남은 무승부... 총상을 입은 모스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서 상처를 치료받고, 안톤 쉬거 또한 차량 폭발을 이용해 약국에서 약품을 구입해스스로 치료를 한다. 그 사이 안톤 쉬거를 제거할 목적으로 모스를 찾아온 칼슨은 도리아 안톤 쉬거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제 모스는 아내를 만나 돈을 건네고 안톤 쉬거와 일전을 치를 작정을 한다.
하지만 아내가 모텔에 도착하기 직전 또다른 일당에게 모스는 살해당하고, 모스가 죽은 뒤에도 안톤 쉬거는 살아 있던 모스에게 장담한 바대로 그의 아내를 죽이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이런저런 독백 속에서, 주름이 가득한 토미 리 존스가 분한, 보안관 에드가 묵묵히 그리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본다.
앞선 세대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새로운 세대, 그렇지만 지금 저물어가는 세대 또한 한 때는 바로 그 새로운 세대였음을, 지금 새롭게 떠오르는 새로운 세대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순간 저물어가는 세대가 되어 있을 것임을, 그러니 모든 세대는 그 당대 속에서 불안정 할 수밖에 없음을, 원작자는 그리고 영화의 감독 코엔 형제는 신랄하고 건조한 스릴러의 형태로 묵묵히 표현하는 듯하다. 물론 언제나 현재 진형형인 시간 속을, 초월자처럼 시간과는 무관하게 직진하는 안톤 쉬거와 같은 살인자도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의 빙의라도 한 듯한 연기는 또 어떻고, 그 무시무시한 헤어 스타일은 또 어찌할 것이며...) 있기는 하겠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 /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토미 리 존스 출연 / 122분 / 2008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