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햇빛을 배경으로 한 지붕 위의 흡연 장면만으로도...
*1999년 1월 22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우리네 불량 학생들과 다를 바 없지만 순진한 구석들이 있고, 또 그런만큼 물불 안가리는 모습을 보이는 유의고와 그 패거리들... 원숭이라 불리우는(별명을 부르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이름이 그런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자물쇠를 여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서랍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점 그 대상을 넓혀가더니 급기야 동네 빈집의 문을 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 한 집에서 망원경을 가지고 놀다가 사진 속의 미란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사랑을 키우기 시작하는 원숭이.
미란은 우복배라는 패거리의 일원인 여성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불량학생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착한 여학생이다. 그런 미란과 오누이로 맺어진 원숭이(원숭이는 패거리들 중 나이가 적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원숭이의 독촉으로 패거리를 방문하면서 미란은 유의고와 어울리기 시작하고, 그런 미란에게 원숭이는 질투를 느낀다. 나이는 다르지만 생일이 같은 원숭이와 유의고의 생일 파티가 있던 날. 원숭이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는 미란에게 화를 내다 유의고와 싸움이 붙게 되고, 급기야 병을 깨서 유의고를 찌르기 시작하는데...
하지만 여기서부터 영화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영화에 간섭하든 나레이터(과거를 회상하는 원숭이)는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유의고를 찌를만큼 자신에게 용기가 없었음을 시인하고, 그동안 사라졌던 우복배를 다시금 등장시키고, 서로 사이좋게 그날의 생일파티를 치루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지만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여하튼 우여곡적끝에 그렇게 생일파티가 끝나고 억수같이 내리는 빗물 속에서 원숭이는 미란을 부르고 미란의 집 앞에서 미란과 원숭이는 포옹을 한다. 하지만 다음날 그런 일이 진짜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게 미란과 유의고는 사이좋게 지내고, 원숭이는 미란의 집을 찾아가 미란을 겁탈하려다 실패하고는 돌아온다. 나머지는 이제 나레이션이 책임을 진다. 이 패거리들이 흰색 캐달락인지를 타고 현재로 돌아오는 동안의 일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캐딜락 안에서 술을 한 잔씩 돌리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로 베니스에서 남우주연상을 탔다는 남자 주인공 하우는 앳띠고 장난스러운 표정과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떠가는 남자의 표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담배를 입에 문채 동네 지붕들을 산책이라도 하듯 거니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저무는 햇살과 지붕 위의 흡연... 뭔가 그림이 되는 것이다. 아, 그리고 우복배와 미란으로 대표되는 여성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 큼지막한 뒤태며 벌어진 어깨, 그리고 걸음걸이도 재미있다. 끝나갈 즈음 원숭이가 미란을 덮친 후, 수습이 되면서 아주 짧은 순간 등장하는 젖가슴에는 청순함과 야함이 공존하는 미란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햇빛 쏟아지던 날들 (陽光燦爛的日子:In The Heat Of The Sun) / 쟝 웬 (강문) 감독 / 하우, 영정 출연 / 134분 / 1998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