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툴러도 음악은 서툴지 않을 것이니...
음악 그리고 창작한 소설을 두고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과의 짧은 인터뷰가 책의 말미에 실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바쁜 일정 탓에 며칠에 걸쳐 소설을 읽었는데, 맨 마지막에 인터뷰가 있어 당황했다. 한 작가의 소설을 읽고 곧바로 그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다면 보다 나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소설의 이해, 음악의 이해와 관련하여 그랬을 것이다. 요즘의 나는 자꾸 서툴러지고 있다.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소설을 읽기 위해 일단 킴 딜과 로버트 플러드가 부른 ’러브 허츠 Love Hurts‘를 듣고 났더니 갑자기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 삽입된 CHARA의 ’마이 웨이 My Way’가 듣고 싶어져서 들었다. “... ’하나 마나 한 말‘을 최대한 진심 어리게 하는 것도 어른의 화법일 텐데, 누군가의 부고와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가 가진 표현의 한계와 상투성에 어쩔 줄 몰라했다. 상투성이 뭐 어때서. 세상에 삶만큼 죽음만큼 상투적인 게 또 어디 있다고. 그 ’반복‘의 무게에 머리 숙이는 게 결국 예의 아니던가...” (p.22)
김연수 「수면 위로」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나는 행복하고 슬프지 않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이 모두를 말해야지 인생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p.90) 김연수를 열심히 읽었던 젊은 시절의 내 인생의 표면이 바로 위의 문장과 같았다. 지금 위의 문장은 내 인생의 수면 아래에 가라 앉아 있다. 수면 위에는 ’이 모두‘가 아니라 내가 지금 보여야 할 ’어느 하나‘만이 떠 있다.
윤성희 「자장가」
“그 애 꿈을 꾸고 싶어서 나는 잠을 자. 어떤 날은 종일 자기도 해. 그런데도 한 번도 꿈속에 나오질 않아. 그게 무서워.” (p.115) 딸을 잃은 엄마가 그저 잠만 자는 소설 속의 묘사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와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은희경 「웨더링」
“언어도 마찬가지야. 사용할 당시에만 맞는 말이고 결국은 변하게 돼 있어. 맞았던 답이 틀려지는 거지. 명심해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음악뿐이야.” (p.148) 음악을 재료로 한 내로라하는 국내 작가들의 기획 소설집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음악‘이라니 과연 그럴까 싶지만 소설가의 생각에 참견하지 않기로 한다.
편혜영 「초록 스웨터」
“... 그러고 보면 엄마가 내게 슬픔만 남겨두고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의 손을 마주 잡았을 때의 느낌을 기억했다. 삶에 냉담해질 이유가 많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그 기억 때문이었다.” (pp.196~197) 과거의 작가가 그로테스크를 스타일로 삼았다면 이즈음 작가는 미스터리를 조미료로 삼고 있다.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 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 프란츠 / 271쪽 /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