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발랄함이 함량미달의 미스터리를 끌고 나갈 때...
책을 읽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는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모두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이들은 운명적으로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로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소설 <고양이 호텔>의 작가 또한 이러한 운명적인 로망으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책 냄새에 반하던 바로 그날, 나는 이 방에서 처음으로 책을 꺼내 읽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책을 읽을 때는 누구나 혼자이고, 혼자 해야만 하는 행위 중에서 유일하게 외롭지 않은 것이 바로 책을 읽는 일이라는 걸...”
내 멋대로 미루어 짐작하면서 소설을 읽는다. 조금은 허황한 설정에 너무나도 리얼한 (그러니까 실제로 우리들이 주고받을 법 하게 쓸데 없고 알맹이 없는) 대화들로 이루어진 소설은 이러한 책읽기 키드가 어느 순간 불쑥 자라나서 쓴 소설과 같다고 해야 할까. 좋게 이야기 한다면 서른이 넘은 작가의 글쓰기 행각이 꽤나 발랄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조금 유치하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소설은 고요다(본명은 김희진이든가)의 서른 번째 생일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 고요다는 모두 187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고요다는 열두 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식탁에 자기 자신을 위한 생일 케이크를 올려 놓고, 187마리의 고양이 중 빨간색 목걸이를 하고 있는 스물 두 마리의 고양이만을 의자에 앉힌 다음 생일 파티를 시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생일 파티는 강인한이라는 기자의 방문으로 깨어지고 만다.
최근에 7년을 사귄 여자로부터 차이고, 그 여자가 곧바로 결혼에 골인하는 것을 목격하는 아픔을 간직한 잡지사 <인 스토리>의 기자 강인한은 편집자의 강압에 못 이겨 고요다를 인터뷰하고자 이 집을 방문한 것이다. 몇 해 동안 수상작을 내지 못하던 공모에 작품이 당선된 소설가, 그리고 이미 그 데뷔작 <뒤꿈치>가 70만부가 팔리는 대박의 꿈을 이룬 베스트셀러 작가, 그러나 첫 소설이 마지막 소설이라며 절필을 선언해버린 특이한 이력을 가졌으며, 동시에 절대로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고요다를 인터뷰하는 것이 강인한의 특명이다.
“... 그 지하실에서부터 나는, 소설과 연계된 그 어떤 것보다도 비밀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삶 자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떠나서 말이다...”
이러한 재미있는 설정과 함께 강인한과 고요다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 방식 또한 식상하지 않아서 좋다. 그러나 소설의 장점은 거기까지 일 뿐... 실종자와 그 실종자의 숫자와 비슷한 빨간 목걸이의 고양이들, 고요다의 엄마 심호경의 소설가라는 직업 등은 좋았지만 느닷없이 등장하는 뚱녀의 테러, 그리고 고요다의 집을 방문하는 섹스 파트너인 나나들은 어딘지 뜬금 없다.
소설 초반의 미스터리한 설정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좀더 발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다. 발랄함이 지나쳐서 오히려 그 발랄함이 식상함으로 이어진 것도 그렇다. 요즈음의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애썼으나 함량미달의 혐의가 짙다고나 할까. 어느 한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그러니까 고양이와 실종자의 연관성이든, 심호경과 그 딸인 고요다의 관계든, 기자 강인한과 소설가 고요다 사이의 감정이든) 진행하였다면 나았을 것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두서없이 뻗쳐 나간 느낌이다.
김희진 / 고양이 호텔 / 민음사 / 282쪽 / 2010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