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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Oct 31. 2024

나카노 미요코 《동서양 기괴 명화》

매니아 취향 지식인의 박물지적 그림 감상기...

  미루어 짐작컨대 (아내가) 제목을 보아하니 재미있는 그림들이 아주 많겠구나 하는 단순한 안목으로 골랐을 책을 나 또한 비슷한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저자가 <치과 의사들의 응접실>이라는 잡지에 (그러니까 아마도 치과 의사들이 보는 잡지일까...) 연재했던 내용을 한 권으로 엮었다는 책은 그러나 생각보다는 덜 흥미롭다. 중국 문학과 문화사를 전공했다는 저자의 안목이 너무 깊숙하다고 해야 할까.


  “... 이슬람 용은 대개 몸통은 유럽식 도마뱀이나 악어 형상입니다. 그러나 머리 부분은 중국 용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 용에는 있을 수 없는 뿔이 이슬람 용의 정수리에 돋아나 있습니다. 다만 중국 용의 뿔이 두 개인 데 비해 이슬람 용의 뿔은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고 때때로 기괴한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단순히 그 그림들을 살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째서 그런 그림이 나왔는지를 중국 혹은 유럽, 이슬람 혹은 동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비교하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많이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였지만, 그림에 문외한인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 광대한 문화를 아우르는 설명이 다소 부담스럽다. 


  “그렇긴 해도, 여행의 극적인 한순간을 포착하여 동적으로 그린 유럽인과, 황제의 여행 행렬을 모조리 어마어마한 두루마리로 그려넣은 중국인은 상당히 다릅니다... 중국인은 여행의 행렬이라는 공간적인 위상이 아니라, 영원한 시간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는 해도, 언제나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태도는 나쁘지 않다. 두루두루 많은 것을 알고는 있으나, 그 모든 것을 연결시키는 데 있어서 자신의 생각이 혹시 틀릴 수도 있음에 저자는 내심 소심하다. 자기 자신이 딜레탕트한 지식인으로 비칠까 우려를 하고 있는 듯도 하다. 여기에 치과 의사라는 그래도 나은 계층을 독자로 하는 잡지에 글을 쓰고 있다는 점도 신경이 쓰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중국문학자, 손오공 연구자, 환상소설가인 나카노 미요코는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페르시아,유럽 등을 넘나드는 박물지적 상상력과 인문적인 소양으로 동서양 기괴 세계를 탐험하는 쾌락주의자로서 1961년부터 2009년 현재까지 저술활동을 펼쳐온 괴력의 지적 거인이다... 나카노 미요코는 정통 미술사에서 제도화된 미학, 형식적인 미감에 따르지 않고 순전히 호기심이 이끄는대로 이미지를 고른 다음, 그 이미지에 담긴 암호를 자기식대로 상상하고 추리한다... 그 분방한 상상력을 끌고 가는 힘은 앎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심과 자신의 취향에 대한 당당함, 흥미로운 세계를 파고드는 끈기다.”


  옮긴이의 저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의 글쓰기 태도는 소심한 것이 아니라 겸손한 것이라고 표현했어야 하나 싶다. 그러니까 저자는 (프로화되어 있지 않은 비주류의 문화 분야를 섭렵하고자 하는 점에서) 아마추어적인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면서, 그 충족된 호기심을 다른 사람에게 내놓는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웠을 따름이랄까.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보일만큼 집착하고 몰입하는 일본인 특유의 매니아적인 취향은 이렇게 일반인과 지식인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나카노 미요코 / 김정복 역 / 동서양 기괴 명화 : 눈으로 즐기는 방랑 여행담 / 두성북스 / 327쪽 / 20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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