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벌써, 삼십년전 오스왈드의 덫에 걸린 비아그라와 생명공학의 달콤한 맛
“... 나는 지금 감식가이자, 미식가이자, 거미와 전갈과 지팡이 수집가이자, 오페라 애호가이자, 중국 도자기 전문가이자, 여자 유혹의 대가이자, 의심의 여지없이 사상 최고의 간통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고 오스왈드 헨드릭스 코넬리어스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칭호의 경쟁자로 꼽힐 수 있는 다른 저명인사들은 실제로 오스왈드 삼촌과 기록을 비교해보면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특히 가엾은 카사노바가 그렇다. 카사노바는 오스왈드 삼촌에 비하면 성 기관에 심각한 기능 부전을 겪는 사람처럼 보일 터이니 경쟁이 될 턱이 없는 것이다.”
(소설집 <맛>에 실려 있는...) <손님>이라는 단편(중편에 가까운)을 통해 잠시 소개된 적이 있는 오스왈드 헨드릭스 코넬리어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물론 이번에도 그의 조카인 내가 그의 일기장을 은근히 공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그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는 하여도 이 희귀한 인종의 인생 역정을 따라가는 일은 어쨌든 전혀 따분하지 않다.
이번에 내가 꺼내든 삼촌의 일기장은 그가 어떻게 해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되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스왈드의 재산 축적은 그의 나이 열일곱 살에 이미 시작되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입학을 앞두고 겸사겸사 파리로 날아간 오스왈드, 그리고 파리로 날아가기 전 마지막 파티에서 그는 우연히 수단에서만 난다는 흙가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 파리 시절이 끝나갈 무렵에는 내 눈을 가리고 어느 나라 출신의 어떤 여자와 함께 소파에 앉혀놓더라도, 그 여자의 말 한마디 듣지 않고 오 분 안에 그 여자 국적을 알아맞힐 수 있었다.”
아주 소량만 섭취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섹스 중독자가 되어 버린다는 문제의 흙가뢰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오스왈드는 파리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단으로 다시 날아가고, 몸소 흙가뢰의 효능을 체험한 후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돈벌이에 적용시킬 시나리오를 짜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파리에서 그는 각국의 대사들을 필두로 흙가뢰를 팔아치움으로써 젊은 부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자연산 비아그라와 무어가 다를소냐...)
“이 A. R. 워슬리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여러 가지 태도가 뒤섞인 사람으로, 이따금씩 재치도 있었지만, 오만하고 우울한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 밑바닥에는 묘하게 복잡한 정신이 있었다...”
하지만 오스왈드는 그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재산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금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화학 교수인 워슬리이다. 정액을 보관하였다가 다시 그 정액을 이용하여 수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얻고, 동물 실험을 완료한 상태이며 이 획기적인 기술을 발표하려고하는 교수를 만나자마자 오스왈드의 비상한 머리는 다시금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이것은 바야흐로 생명공학의 시초가 아닐런가...)
그리하여 이제 오스왈드는 초절정 섹시 대딩인 야스민을 끌어들여 20세기 초의 왕을비롯하여 유명한 예술가들의 정액 은행을 만들고, 이를 시름에 빠진 사회 지도층 유부녀들에게 팔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오스왈드와 야스민은 워슬리 박사가 만들어준 휴대용 정액 채집기를 가지고 전유럽을 돌면서 (물론 흙가뢰를 적절히 활용하여) 이들의 정액을 모은다.
책에 소개된 인사들의 명단만 대충 훑어보자면 이렇다. 스페인의 왕 알폰소에서 시작하여, 르누아르를 거쳐, 모네,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마티스, 프루스트, 니진스키, 제임스 조이스, 보나르, 브라크, 푸치니, 슈트라우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토마스 만, 조지프 콘래드, 아소 코난 도일, 버나드 쇼, 벨기에 왕, 이탈리아 왕, 유고슬라비아의 왕, 그리스의 왕, 불가리아의 왕, 루마니아의 왕, 덴마크의 왕, 스웨덴의 왕까지... (마지막 노르웨이 왕에서 실패를 하기는 하지만...)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 있는 소설의 말미가 조금 허망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일기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일 뿐이라고 이미 너스레를 떨어 놓았으니 따질 수도 없다.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악동 기질로 가득한 젊은 오스왈드가 저절로 그려진다. 게다가 이미 삼십년 전에 이리도 정확하게 비아그라의 위력과 생명공학의 출현을 예측하시다니,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이 허명이 아님을 보여주는 로알드 달의 섹스 충만 (그렇지만 그리 야하지 않으니 기대하진 마시라...) 과학 선도 소설이라고나 할까...
로알드 달 / 정영목 역 / 나의 삼촌 오스왈드 (My Uncle Oswald) / 강 / 318쪽 / 2009 (1979)